열대지방의 밤처럼 잠을 청하기 힘든 여름밤을 뜻한다. 그래서 ‘트로피컬 나이트(Tropical Night)’라고도 한다. 이 말은 낮 최고기온이 30도가 넘은 날씨를 ‘트로피컬 데이(Tropical Day)’라 부른 데서 연유됐다.
열대야가 발생하면 사람이 쉽게 잠들기 어려워 더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선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발달했을 때 주로 생긴다.
즉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한낮에 찜통더위가 찾아오고, 그 뜨거운 열기가 밤 시간대에도 그대로 남아 무더위가 계속되는 것이다.
▲열대야가 되면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가 높아진다. 불쾌지수가 80 이상이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만성적인 수면부족으로 생활 리듬이 깨지기 쉽다. 피로가 빨리 오는 등 무기력증에 빠지는 건 그 때문일 게다. 그렇다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가동시킨 상태에서 잠을 자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하면 냉방병이나 저체온증의 위험도 있다.
영국에선 7~8월 한 여름을 ‘개의 계절’이라고 칭한다. 밤 하늘에 개 모양의 별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자칫 이성을 잃고 엉뚱한 짓을 할지도 몰라서다. 일상적인 삶을 지탱해주는 평상심을 앗아가 사람조차 싫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각종 사건·사고가 빈발하는 이유일 게다. 여름철에 피할 수 없는 불청객인 셈이다.
▲어제와 그제 제주지방에 열대야가 이어졌다고 한다. 지난 3일 올들어 처음 일어난 이후 나흘 연속 발생했다. 이어 지난 8일에 다시 나타난 뒤 이틀째 밤사이 수은주가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오는 15일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여름나기가 쉽지 않을 성 싶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도 기록 경신이 유력해 보인다. 작년엔 7월 5일 첫 관측된 후 무려 41일간 발생했다. 그 중 7월 21일부터 8월 22일까지 33일은 하루도 쉬지 않고 지속돼 최장기록을 갈아치웠다. 바야흐로 ‘잠 이기는 장사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때이다. 이럴 땐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위가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마음으로 더위를 다스리고자 했던 옛 선인들의 지혜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고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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