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만델라의 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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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넬슨 만델라의 대통령 취임식장에는 모든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들이 자리를 잡았다.

27년 동안 만델라를 수감했던 인종차별정권의 각료들과 그를 감옥에서 감시했던 교도관들이 만델라의 초청으로 기념식장에 나타난 것이다.

당시 남아공 국민들이 놀랐고, 세계도 놀랐다.

만델라는 이러한 작은 이벤트로 350년 동안 지속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제도)를 종식시켰음을 나라 안팎에 알렸다.

만델라는 특히 취임연설을 통해 백인들만 쓰는 언어로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라고 말해 일체의 정치보복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선거운동기간에도 만델라는 자신을 탄압한 백인사회를 향해 기회 있을 때마다 화해의 손짓을 보내며, 온화함을 견지했다.

생방송 토론에서 자신의 정적이었던 클러크 대통령이 자신을 비난하자 만델라는 “클러크씨, 당신은 내가 정말로 의지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함께 이 나라의 문제들을 헤쳐 나갈 것입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매우 자랑스럽습니다”고 정중하게 받아 넘겼다.

또 인종차별정책의 주창자였던 94세의 벳시 베르오르드가 만델라의 정책에 반하는 백인통치 국가를 분리시켜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연설을 하던 도중 비틀거리자, 만델라는 그를 부축해 계속 연설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관용은 결국 백인사회를 움직이게 했다.

정적들도 만델라를 존중했으며 그의 정책에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만델라가 아프리카의 정치적 대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향한 탄압의 코드를 관용과 화해의 코드로 바꿨기 때문이다. 눈 앞의 정치적 득실을 따지지 않고 먼 훗날을 내다본 포용의 정치가 아프리카를 감동시켰다.

5 ·31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치열했던 만큼 감정의 골도 깊었다.

갈등도 상당했고, 서로 넘어서는 안 될 선까지 넘은 선거였다.

그러나 만델라가 겪었던 고통과 갈등과 비교하면 제주사회에 남긴 이번 선거의 후유증은 어쩌면 사소하고도 작은 부분일 수 있다.

이번 선거의 당선자든 낙선자든 만델라의 관용의 정치를 배워 실천한다면, 그 후유증은 금방 제주의 바람에 흩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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