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에 빠진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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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만해도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을 대표하는 단어로 ‘20 대 80’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처음 내세운 ‘20 대 80’ 법칙은 전체 인구 중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경제학 이론으로 존재하던 ‘20 대 80’ 법칙은 1997년 한스 피터 마르틴과 하랄드 슈만이 쓴 ‘세계화의 덫’이라는 책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이 단어는 어느 새 ‘1 대 99’라는 말로 바뀌었다. ‘1 대 99’는 구호였다. 2011년 가을 미국 뉴욕 월가를 휩쓴 뒤 전 세계로 퍼진 ‘점령(Occupy) 운동’에서 광범위하게 쓰였다. 15년 만에 세계의 부는 20%가 아닌 1%로 집중이 되면서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는 양극화의 고착화는 승자독식 구조를 3어절로 표현한 것이다.

한겨레 21은 지난 4월 대한민국의 ‘1 대 99’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를 보도했다. 보도에 다르면 감사원은 지난 4월 10일 대기업의 편법적인 부 대물림에 대해 국세청이 세금을 제대로 추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오너’들은 자녀 또는 손자녀에게 각종 편법을 동원해 재산을 물려주고 있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이 물류 기업인 현대글로비스에 20억원을 출자한 뒤, 주식가치 상승 이익 등으로 2조여 원의 재산을 정몽구 회장에게서 간접적으로 이전받았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비계열 특수관계사에 영화관 내 매점 등을 낮은 가격으로 임대해 1000억원대의 현금배당과 주식가치 상승 이익을 안겨줬다. 이 외에도 1%들의 탐욕을 보여주는 사례는 너무나 많았다.

대한민국 사회의 ‘1 대 99’ 사례를 보는 기자는 슬프다. 탐욕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는 점이 슬프다. 아이들에게는 다른 사람과의 나눔, 공존을 이야기하지만 탐욕이 춤추는 현실이 슬프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은 입으로는 공존과 배려, 나눔을 이야기하지만 그들의 머리 속은 치열한 ‘쩐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돈을 많이 버는 것’이란다. 돈이 얼마나 필요하냐고 물으면 거침없이 ‘몇 백억원이 필요하다’라는 답이 나온다. 그리고 뒤를 이은 답은 그 돈도 부족할 것 같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겁이 난다.

탐욕은 인류의 역사에서 모든 악의 근원이자 패망의 지름길이다. 수많은 권력자들은 자신의 탐욕을 위해 수많은 인명을 살상했고, 결국은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피흘리며 사라졌다.

탐욕을 버렸던 석가, 공자, 예수 같은 이들은 어떤가. 생전에 돈 한 푼, 땅 한 평 없었지만 그들은 200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수십억 인류의 가슴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이들을 책 속에만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든다.

교과서에서 제주도는 수눌음이라는 전통이 있고 이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수눌음을 한 마디로 하면 나눔의 전통이다. 과연 제주의 현실에서도 이 전통이 살아 있는 지를 묻고 싶다.

제주도의 각종 정책이 99%를 위한 정책인지 묻고 싶다. 물론 어려운 이웃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정책이 99%를 위한 것이 아닌 1%의 ‘그들’만을 위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 1%에 누가 속하는지는 스스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성은 그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제주가 이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살펴볼 때이다. 다양성을 가장한 획일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다양성을 가장한 전체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특히 자본의 힘으로 다양성을 소멸시켜가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고민할 때다.<부남철 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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