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태종이 신하들과 나눈 문답(問答)이 나온다.
어느 날 태종이 신하들에게 창업(創業)과 수성(守成) 중 어느 쪽이 어렵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방현령은 “천하의 향방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세상에서는 영웅들이 일제히 군사를 일으켜 서로 생사를 걸고 싸워 상대방을 굴복시켜 패권을 쥐려 합니다. 따라서 ‘창업’ 쪽이 더 어렵습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위징은 “예부터 내려오는 제왕들을 보면 누구나 간신난고 끝에 천하를 얻었으나 그것을 잃은 것은 으레 안일을 탐하는데 원인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성’ 쪽이 더 어렵습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태종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창업은 과거의 일이고 수성은 미래의 일이라고 했다.
태종의 결론은 창업도 어렵지만 그것을 온전히 지켜나가는 일이야말로 더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보다 미래를 바라보라는 이야기다.
▲그런 다음 이렇게 말했다.
“방현령은 나와 함께 고생을 하여 천하를 차지했다. 온갖 고난을 다 겪고 나라를 세웠다.
창업의 그러한 어려움을 알고 있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위징은 나와 더불어 천하를 평안하게 하는 데 부심했다. 언제나 부귀에 길들여지는데서 화란(禍亂)의 싹이 트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수성의 그러한 어려움을 알고 있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수성의 어려움이야말로 앞으로의 문제이니 각자가 명심하여 몰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창업의 주된 추진력은 무력에 있고 수성의 요체는 민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민심이란 전제군주국가체제 하에서도 힘으로 휘어잡을 수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수성이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더구나 민의를 발판으로 창출되는 민주주의 국가체제 하의 정권이야말로 민심이 이반될 때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이번 5·31 지방선거 결과는 정권의 수성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다시 일깨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전라북도를 제외한 전국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석권하게 된 민의가 바로 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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