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구호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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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경제는 매우 규칙적으로 위기상황을 맞았다.

1976년 페소화가 갑자기 60% 평가절하 되면서 첫 위기가 시작된 이래 1994년까지 6년마다 ‘강남 갔던 제비가 찾아오듯’ 네 차례에 걸쳐 경제난이 되풀이됐다.

매번 세계 경제를 강타한 멕시코 경제난은 공교롭게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해에만 발생했다. 선거 자체가 원인은 아니었다. 선거를 준비한 정부와 집권당, 그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가 경제난을 부추겼다.

▲집권당인 제도혁명당(PRI)은 선거 때마다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빚을 내 공공지출을 엄청나게 늘렸다. 그 후유증으로 페소화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자본의 해외도피를 막을 수가 없었지만 이러한 득표 전략은 매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집권에 성공한 후 2, 3년간은 미국 등 외국 투자가에 매달려 경제위기의 급한 불을 끈 뒤 나머지 기간은 선거준비 차원에서 또다시 돈을 펑펑 썼다. 때문에 멕시코 국민은 선거후 몇 년동안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가 선거를 앞두고 한 바탕 큰 잔치를 벌이며 자축하고 집권당을 선택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제도혁명당은 결국 2000년 선거에선 더 이상 국민을 속이지 못했고, 집권 70년 만에 야당에게 정권을 내놓았다.

▲풍부한 자원의 멕시코가 선거 때마다 경제난을 겪게 된 것은 집권당의 정권욕 때문이었다. 집권당도 위기상황을 인식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위기극복의 장기적인 처방은 국민의 고통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방향을 틀지 못했다.

세계적인 경제전문가들도 “멕시코 집권세력은 장기적인 이익은 단기적인 고통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못했다”며 이 점을 멕시코의 경제난 원인으로 꼽고 있다.

▲번영을 추구하는 정책은 늘 국민의 단기적인 희생과 고통을 요구한다.

내달에 출범할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도민에게 국제자유도시의 시민으로서 의식제고를 요구하고 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없어 도민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러니 제주를 이끌 리더그룹인 5·31 지방선거 당선자들은 도민에게 변화와 동참을 요구할 프로그램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장밋빛 구호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당선자들은 6월 한 달을 당선 축하인사로 한가롭게 보내선 안 된다. ``

hck@jejunews.com%hckim@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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