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鷄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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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자니 먹을 것이 없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이 닭갈비다. 한자로는 계륵(鷄肋)이다. 소설 삼국지에서 조조가 한 말이다. 조조가 유비와 한중(漢中) 땅을 놓고 장기전을 벌이고 있었다. 어느 날 장수 하후돈이 들어와 “오늘 밤 암호는 무엇으로 할 거냐”고 묻자 조조는 방금 먹은 닭갈비 생각이 나서 ‘계륵’이라고 말했다. 하후돈한테서 ‘계륵’ 암호를 들은 주부(主簿) 양수는 바로 군사들에게 철군을 준비시켰다. 그러면서 계륵은 먹을 건 없고 버리긴 아까운 것이란 뜻이라, 우리가 처한 사정과 같다며 곧 철수명령이 내려질 것이라고 했다. 조조는 자신의 속마음을 제대로 읽은 양수가 두려웠던지 군기를 어지럽혔다는 죄목으로 그를 참수했다.

▲수나라 말기의 장수 이밀(李密)은 고구려를 계륵에 비유하기도 했다. 반란을 일으키며 수양제의 죄목을 적은 토수양제격문(討隋煬帝檄文)에서 고구려를 침범했다가 살수에서 을지문덕 장군에게 대패해 수나라를 위태롭게 한 것을 꾸짖으며 고구려를 닭갈비에 비유했다. 이밀은 주나라 때도 고구려 땅은 황폐해서 주공(周公)도 정복을 포기한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돌밭은 얻어도 쓸모가 없고 닭갈비는 씹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쓸데없는 전쟁을 일으켜 나라를 위태롭게 한 죄를 비난했다.

▲닭갈비는 모두 일곱 쌍의 갈비뼈로 이뤄져 있다. 네 발 달린 동물과 달리 크기가 작은 조류인 닭의 갈빗살은 살점도 거의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갈빗살은 닭이 호흡할 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근육의 일종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닭갈비는 닭의 가슴살이나 다리살을 도톰하게 펴서 양념에 잰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의원 존폐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 이슈가 뜨거운 감자라 누구도 선뜻 손을 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정치 주체들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격이라 나서지 않고 있다. 제주도선거구획정위원회는 월권이라며 이에 대한 논의를 중단했다. 제주도와 도교육청, 도의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직접 나서지 않고 남의 손을 빌리겠다는 속셈이지만 상대방은 벌써 그 꼼수를 읽고 있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모두가 애매모호한 입장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 보수와 진보 교육단체들도 찬·반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러자 교육계 내부에서도 계륵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고동수 서귀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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