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을 전후 집중호우로 인해 지반이 약화되면서 이 곳에 있던 거대 암석들과 송이층 등이 연속적으로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이에 길이 40m 폭 5m에 이르는 분화구 경사면이 1m 깊이로 패이면서 구상나무 등이 뿌리 채 뽑혀 나가는 등 주변 식생 200㎡가 속살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대단히 충격적이다. 한라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공개한 현장 사진만 해도 당장 거대 암반들이 굴러 떨어질 것 같아 간담을 서늘케 한다.
그럼에도 관리사무소측은 한라산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사건 보름이 지나도록 별다른 조치나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사후약방문 전시행정이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세계자연유산 등재 심사에 있어 인위적인 복구가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있는 현상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시키는 일 또한 시급하고도 중요한 사안이다. 이로써 대책을 공동 모색하는 길이 우선일 터이다.
당국은 뒤늦게 문화재청에 현장 답사를 통한 대안 제시를 요청했다니 주목된다. 그 결과에 따라 응급복구 또는 현 상태유지 여부 등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화재청은 백록담 정상부 암벽 붕괴의 심화로 복구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인위적 복구 자체가 또 다른 자연훼손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보다 심각하다고 본다.
붕괴현장을 방치할 경우 제2, 제3의 붕괴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다음주부터는 장마가 시작되고 여름철 태풍 등 또다시 집중호우가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비교적 지반이 강하다는 동릉에도 등반객 급증으로 인해 정상부 낙석과 기반암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이어진다.
이대로 가다간 한라산 정상 모습을 완전히 잃을 수 있음을 알리는 경고들이다. 신중을 기하되, 지속가능한 한라산 정상 보전 대책에 모두의 지혜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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