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무서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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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어떤 ‘밥 먹고 할 일 없는 사람’이 있었다. 뭘 하며 하루를 보낼까 고민하다가 도로에 서 있는 교통경찰을 따라다니기로 하였다.

여기에 당첨된 교통경찰은 불행히도 지나가는 차량으로부터 범칙금 대신 촌지를 받는 사람이었다.

하루 종일 밥 먹고 할 일 없는 사람은 교통경찰 옆에 붙어서 교통경찰을 지켜봤다.

근무가 끝난 후 교통경찰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라고 하였다.

웃자고 하는 얘기다.

요즘처럼 맑은 세상에 교통경찰이 촌지를 수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사람도 없고. 그런데 밥 먹고 할 일 없는 사람은 참 무섭다.

밥 먹고 할 일 없는 사람도 심심함을 견디기 위해서는 뭔가 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류의 사람이 건전한 일거리를 찾아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꺼리(!)를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람들과 접촉을 시도하는 것이다.

사람은 참으로 복잡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단지 몇 마디만 주고 받으면 충분히 꺼리를 찾아낼 수 있다. 공통관심사를 찾아서 그것으로 하루를 즐기는 방법도 있다.

그건 비슷한 사람끼리의 경우다.

그렇지 않는 경우는 시비를 거는 경우이다. 아니면 회의를 개최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예전에 괘씸했던 사람들을 새로이 떠올려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보면 참으로 재미있을 것이다.

또 어떻게 골탕을 먹일까 궁리할 수도 있다.

별 것 아닌 일을 심각한 문제로 만들어서 하루를 즐길(!) 생각을 하기도 한다.

사소한 문제를 중대한 문제로 부각시켜 싸움을 걸거나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마무리하지 않고 하루를 즐기려 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할 일이 없는 사람의 위대함(?)은 바로 이런 것이다.

사소한 문제지만 반드시 싸워서 이길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당장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는 사람은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재빨리 사과를 하고 보내는 방법밖에 없다.

물론 속은 상한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 논박을 하자면, 되지 않은 논리로 끝까지 엉겨붙을 것이다.

헛소문의 진원지가 되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말을 만들어내고 소문이 나고 또 해명을 하고 오해를 푸는 과정도 하루를 즐길 좋은 방법이 된다.

어쩌면 하루 뿐만 아니라 며칠을 즐길 수 있을 수도 있다.

손해날 것은 하나도 없다.

하루를 그냥 충분히 즐겼으면 그만이니까. 할일이 많은 사람을 잡으면 더욱 즐거울 것이다.

상대는 아주 취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사과를 받을 수 있고 또 사과뿐만 아니라 잘 요리하면 술도 한잔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며칠 즐길 수 있게 된다.

또 포장을 그럴싸하게 하면 이러한 일련의 노력이 비생산적이지 않게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여기엔 약간의 전문성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런 사람들의 표적이 되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몸 관리를 잘 못해서 병원균에 감염되는 것과 같다.

참으로 떼어내기 어렵다. 이런 것을 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

살아가다가 보면 본인의 의지, 노력, 삶의 태도와 관계없이 먹잇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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