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수능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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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 고등학생이 있었다. 그는 1977년부터 1979년까지 제주시내 모 고교를 다녔다. 이 한 고등학생이 촌에서 유학을 와 학교시험에서 몇 차례 쓴맛을 당했다. 그 때 한 친구가 충고한다.

“어느 어느 선생은 어느 어느 참고서에서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있다”고.

그 말에 그 한 고등학생은 농사짓는 부모를 졸라 몇 가지 참고서를 샀다.

친구의 말대로 어느 선생의 시험문제가 참고서에서 고스란히 베껴지고 토씨 하나 안틀리고 나왔다. 점수가 높아졌다. 저절로 공부가 쉬웠다.

당연히 그 한 고등학생은 희망하는 대학에 떨어졌다.

▲2:그 한 고등학생은 졸업 후 희망하는 대학은 아니지만 지방 대학을 나왔다.(참고로 대한민국에서 대학생의 수는 땅 평수로 비교하면 세계 최대다)

성년이 된 어느 날, 한 술집에서 그 때 그 어느 선생과 그 때 참고서를 팔았던 서점주인이 술을 마시는 광경을 목격했다. 희망하는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한 그 한 고등학생은 선생을 자격지심에 일부러 회피했고, 일찍 술집을 나섰다. 물론 술값은 서점주인이 낼거라고 생각하면서….

▲3:세월이야 어자피 흘러가는 것. 그 한 고등학생은 학부모가 됐다. 고만고만한 수입에 사교육비 지출이 짜증이 날 때 쯤, 고1 아들이 특별한 교재를 사달라고 한다. EBS 교재다. 교재에서 수능 시험문제가 나온다고 했다. 이미 어른이 된 그 한 고등학생은 고교시절 잊고 싶은 추억을 떠올리며 망설였지만 월드컵 열기보다 드높은 대한민국의 교육열에 어쩔 수 없이 돈을 줬다.

그래도 시험문제가 어디서 나온다는 대한민국이 고마울 따름이다.

▲4:그 한 고등학생은 믿었던 대한민국에 9일 아침 아연실색했다. 사교육비를 잡겠다고 나온 EBS 교재가 출판 원가의 5배로 팔아 2004년 한 해만 382억을 남겼다고 했다는 소식이다. 돈을 버는 것은 좋다. EBS는 공기업이다. 수능 인프라 개선을 위해 쓴 돈이 13억에 불과하다는 뉴스에 더욱 화가 치민다. 나머지는 직원들의 성과급 등 인건비 인상에 쓰였다.

여기다 감사원 재무감사에 따르면 교재 총판 선정 과정에서 뇌물들이 오갔다고 한다. 이제는 학부형이 된 그 한 고등학생은 아들이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고민중이다.

“EBS 교재를 본 내 아들이 희망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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