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물(馬口水)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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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제주군 한림읍 동명리 명월성(明月城) 안에는 마구물이라는 단 하나의 용천수가 있었다.

이 물은 명월성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입지조건이라고 믿어지는데, 어느 날 이 물이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필자가 이 물에 대해 향수를 느끼는 것은 이곳이 나의 출신지이기 때문이 아니다. 마구물의 행방을 수소문해 알아본 바로는 명월성지를 복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북제주군이 한림정수장을 지으면서 이 물을 매몰했다고 하니 이 어찌 ‘아이러니’가 아니겠는가.

1592년(선조 25년)에 축성됐고 총 연장 3050척이나 되는 문화유적인 명월성에 물이 없다는 게 될 법이나 한 일인가. 무엇이 복원인지…. 물 없는 명월성을 상상만 해도 머리 속이 혼란스럽다. 명월성을 복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북제주군은 매몰된 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림정수장이 100m, 아니 50m만 성 밖에 지어졌다면 옛 성을 허물고 성내유일천(城內有一泉)이라고 하는 마구물을 덮어버리는 무모함은 없었을 터인데, 한쪽에서는 복원의 망치소리를 들으며 다른 쪽에서는 유적을 파괴한 현장을 보고 있으려니 낯이 따갑다.

동명리 진근동의 양만생씨는 명월성 안의 마구물과 벗하며 고희를 넘긴 분이다. 그는 한림정수장 경내의 한구석을 가리키며 이곳이 마구물이 있었던 자리라고 말하고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일제 강점기에도 이 물에 강관을 연결해 옹포리에 있는 제빙공장을 가동했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그리 쉬운 공사가 아니었을 터인데 이 물에 관을 연결해 제빙공장을 가동했던 것은 서슬 퍼런 일제도 이 물을 범상치 않게 보았던 게 아니었을까?

한 예이지만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현장인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관광객이 모여든다고 한다. 이게 문화관광시대가 도래함을 말해 주는 것이다.

명월성도 복원하고 마구물도 찾아내 이곳에 문화관광의 틀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요즘 제주 생수인 삼다수가 인기 절정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다시 한 번 마구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명월성이 복원되고, 이가 시리도록 시원한 마구물을 브랜드화해 제한된 지역에서만 장사를 해도 밑지는 장사는 아닐 터이다.

값이 올라갈 줄 모르는 감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것보다야 백 번 낳을 성 싶은데 이제 마구물(馬口水)은 행방이 묘연하니 이 일을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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