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未)와 말(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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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르지 않았다는 ‘아닐 미(未)’ 자와 이제 끝장났다는 ‘끝 말(末)’ 자는 두 이(二) 자의 획이 위아래가 길고 짧음의 차이 밖에 없다.

사람(人)에 세로 막대(?)를 세워 놓고 두 개의 가로 막대(二)를 질러놓은 이 글자에는 동양의 사회관이 집약돼있다.

두 개의 가로 막대 중 윗 막대는 상대적 상위자요, 아랫 막대는 상대적 하위자의 개념이다.

이 세상 힘 있는 자와 힘 없는 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 등 상대적으로 돼 있으며 이 상대적 개념에서 하위자가 상위자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미(未)라 했다.

즉 아직 이르지 않은 세상이라는 의미다.

또 상위자는 항상 살기 좋고 하위자는 여전히 짓눌린 세상을 말(末)이라 했다.

곧 끝장이 난 세상이라는 뜻이다.

이 두 글자에는 이렇게 동양의 민본주의(民本主義) 사상이 함축돼있다.

흔히 하는 말로 말세(末世)라고 하는 세상은 하위자들이 불만이 극도로 팽배해있는 시기를 말한다.

일제시대에 말세론을 설파한 가짜 미륵불이 나타났었다.

이 가짜 미륵불은 당시 궁핍과 불안에 차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면서 그 세력을 크게 떨쳤다.

이·정·유·장·강(李·鄭·柳·張·姜) 다섯 성받이의 사람끼리만 남부여대하여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개벽천지∼지리산 세석평전으로 이주를 했었다.

결국 허구가 들통이 나고 가짜 미륵불만 남겨놓고 모두 하산하고 그렇게 끝장이 났다.

1980년대 말 우리사회가 상당히 어지러웠을 때도 말세론을 말하는 가짜 미륵불이 나타났었다.

이 가짜 미륵불은 강화도 마이산 암봉 아래에서 도통, 미륵불의 영험을 얻었다고 주장했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말세론)에 현혹되어 부녀자 70여 명이 가출하는 맹랑한 사건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자꾸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신판 말세론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욱 큰 문제는 상위자의 개념이나 하위자의 개념으로 나눠있지 않고 모두가 말세라는 것이다.

가진 자들도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고 못 가진 자들도 살지 못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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