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의 시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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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8월이다. 유례 없는 가뭄과 폭염으로 유독 지치고 힘든 날들의 연속이다. 저절로 짜증이 나기 쉬운 아침, 방학이 한창인데도 아이들은 오늘도 학교로 향한다.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모두가 나름대로 힘들기는 마찬가지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 안으로 들어서면서 수험생과 가족들의 가슴앓이가 본격화됐다. 대학들의 아집에다 정부의 조령모개(朝令暮改)식 변덕까지 겹치면서 정보에 뒤처진다고 여기는 제주의 수험생과 그 부모들은 속이 바싹바싹 탄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다른 지역의 모습은 특히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금 이 순간 서울 강남의 학원가는 수능 특강에 바쁘고, 유래 없는 A, B형의 수능으로 혼란스러운데 정보조차 서울에서 독차지하는 듯 여겨진다.

실제 전국 4년제 대학의 입학전형 종류는 28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골프에서나 나올 법한 알바트로스, 헐리우드 액션영화에서 등장하는 옵티머스 리더, 세계사의 네오 르네상스…. 이 모든 게 대학 전형이란다. 새 정부 들어 대입 전형을 줄이라고 대학을 압박하고 압박한 결과가 이만큼이다.

그것도 시늉뿐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선택형 수능이라는 마법의 지팡이를 활용해 대학마다, 학과마다 요구하는 과목과 유형, 등급, 백분위가 제각각이다. 올해 수능은 더 복잡해져 실제 수만 개에 달한다는 주장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결국 수능의 영역은 보편적인 고등학교와 학생들을 떠난 지 오래다.

입시 전문가들조차 세밀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를 학교에서 책임지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수능이 코앞인데 뭐가 뭔지 모르는 당사자들의 애타는 마음을 누가 알까. 마음만 급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여기저기서 마련하는 입시설명회장과 입학정보 박람회장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대학과 전형을 찾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방향을 찾지 못하고 불안감 속에서 어정쩡하게 지내기 십상이다. 대입 전형은 너무나 다양한데 우리 학생들은 입학사정관제와 수시, 정시 모두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시간을 낭비하기 일쑤다. 그만큼 맞춤형 입시준비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한 번 뒤를 돌아보자.

현재의 대입 제도를 만든 이들은 한 번도 머리가 헷갈릴 정도로 어려운 입시 관문을 겪어본 적이 없다.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입시제도에는 구멍이 너무 많아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기 힘들다. 한때 봉사활동이 강조되면서 해외에 나가는 것이 중요한 스펙이 됐듯 기성세대들의 입맛에 맞게 입시제도가 바뀌면서 실력에 못지않게 정보가 당락을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는 현장의 하소연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벌써 선택형 수능은 올해 첫 도입과 동시에 사라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고, 이명박 정부의 역점 시책이었던 입학사정관제도도 이달 발표되는 간소화 방안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대입제도는 그야말로 오락가락이다. 1년 차이로 치러야 하는 과목이 다르고, 유형이 바뀌고, 전형이 변한다면 누굴 믿겠는가.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대학들은 올해의 경우 입학전형을 최근에야 발표하는 배짱을 부렸다. 갑(甲)의 횡포는 기업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접한 중국이나 유럽의 국가들을 봐도 대학 입시는 무시하지 못하는 주요 관심사다. 문제는 수험생과 가족들이 결과에 승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12년간의 학교생활을 뒤로 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아이들이 실력이 아니라 요행과 정보에 의해 출발이 달라졌다고 여긴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뻔하다.

최근 제주에서 수도권 특목고·자사고 바람이 거세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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