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뒤섞인 조화’탕평채(蕩平菜)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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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후기 탕평정책을 반대하는 계열들은 영조를 향해 온갖 비웃는 말을 만들어냈다.

즉, 임금이 평소 탕평의 부채를 부치고, 탕평 옷을 입으며, 탕평 관을 쓰고, 탕평 띠를 두른다는 수군거림이었다. 영조는 이 소문을 듣고 매우 불쾌하게 여겼지만 그럴 만한 까닭이 없을 리 없다.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정책, 곧 탕평은 평생 동안 그를 짓누른 과제였다.

영조는 그야말로 당색을 없애는 일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심초사했으며 언행에서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당쟁 해소에 심혈을 기울이던 중 탕평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먹게 했다.

녹두묵에 구운 김을 부수어 섞고 가늘게 썬 고기볶음과 푸른 미나리, 붉은 당근을 버무려 계란 흰자위와 노른자를 부쳐 가늘게 썬 것과 붉은 실고추를 섞어 만들게 했다.

여기에 다시 조청을 치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초와 기름, 깨소금, 파와 마늘을 다져 넣게 했다.

그러니 검은색과 흰색을 비롯, 여러 색깔이 골고루 들어갔으며 재료 역시 고기와 채소, 소금과 조청과 같은 짠맛과 단맛이 섞이게 했다.

더욱이 노란색과 흰색이 뚜렷한 계란을 첨가해 그야말로 잡탕이었으나 그 맛은 조화를 이뤄 당시 새로운 음식으로 각광을 받았다.

이 음식은 어느 때부터인지 ‘탕평채’라 불리우며 오늘날에도 경기도 일원에서 음식상에 곧잘 올라온다 한다.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고르다는 뜻의 ‘탕탕평평(蕩蕩平平)’이란 말에서 나온 탕평채는 맛과 색, 영양면에서 그 이름만큼이나 완벽한 조화로움을 갖춘 음식이다.

지방선거 이후 제주지사 당선자의 임기는 당선과 동시에 시작됐다.

공식 취임 전까지 보름 남짓 남아있긴 하지만 도정의 중심은 당선자일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다음달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둬 그에게는 힘겨웠던 선거전의 피로를 풀 틈도 없이 바로 엄중한 책무가 주어지는 셈이다.

당장 ‘발등의 불’이나 다름없는 가장 큰 규모의 통합인사를 치러야 한다. 이 사안은 지난 7일 제주도가 관련위원회를 열고 특별자치도와 통합행정시의 정원을 최종 확정함으로써 금주 말까지는 인사의 규모와 폭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보도다.

제주도제 실시 이후 최대치의 인사인 만큼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인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일쑤이며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술렁거리고 있다.

추자·우도 등 도서배치에 자신이 우선시되지 않을까, 출근길이 먼 산남근무가 돌아오면 어쩌나, 읍·면·동은 가기 싫은데 등등 막연히 불안해 하는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김태환 당선자와 2명의 통합행정시 예정자는 모두를 아우르는 인사로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전의 기여도를 내세우며 ‘전리품’을 기대하는 이들을 경계해야 하며 공정한 인사의 원칙과 기준이 흔들려서는 절대 안된다.

자칫 ‘선거공신’들의 논공행상에 휩싸인다면 제주특별자치호는 출발부터 풍랑에 휩쓸릴 수 밖에 없기에 그렇다.

한 마디로 제주도의 미래를 담보할 도내 공직사회의 새 판이 짜여지기를 기대한다는 주문이다.

무엇보다 정실인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편애하지 않고 공정한 운용이 필수적이다.

공무원을 포함한 많은 도민들이 지사 당선자가 인사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지 주시하고 있다.

공무원들도 이번 기회에 자신의 전문성과 업무능력을 높이기 위해 ‘자기계발’에 얼마나 공들이고 있는지를 반추해 봐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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