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면서생(白面書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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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국내 모 CEO(최고경영자)가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을 때의 일이라며 충격적인 경험담을 소개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인 유학생 한 명이 상담 차 그를 찾아 왔다. 학생은 국내 일류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였다.

하지만 무슨 충격을 받았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였다.

내용인 즉, 미국인 교수가 첫 수업을 통해 강조하기를 시험은 없고, 학기말 성적은 리포트로 대체하며, 주제는 임의로 정하되, 분량 역시 알아서 대처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학생은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입니까?“ 라고 물었다.

이에 그는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라는 주문”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결국 학생은 주입식, 암기식이 아니면 문제를 풀지 못하는 ‘백면서생(白面書生)’ 이었다.

▲‘백면서생’은 글만 읽고 세상 물정에 경험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이의 출전(出典)은 중국 남북조시대, 송(宋)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과 나이 10살에 전쟁터에 나갈 정도로 이름을 떨치던 심경지(沈慶之)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가 변경 수비군의 총수가 된 어느 날이었다.

왕은 숙적 북위(北魏)를 치기 위해 먼저 문신들을 불러놓고 출병을 논의했다.

이에 심경지는 “밭갈이는 농부에게 맡기고 바느질은 아낙에게 맡겨야 하온데 북벌 출병을 ‘백면서생’과 논의하시면 어찌 승리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출병 중단을 건의했다. 그러나 왕은 이를 묵살하고 출병했으나 대패하고 말았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채용기준이 바뀌고 있다.

학벌·학점·토익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서류형’ 인재 보다는 대인관계가 좋고 업무적 능력까지 겸비한 ‘실무형’ 인재를 중시하는 경향이다.

한마디로 공부벌레형의 ‘백면서생’은 싫다는 의미다. 올 상반기 시중은행들의 공채 결과만 봐도 그 경향은 뚜렷하다. 세계 다국적 기업들도 공부만 잘하는 우등생만을 원하지 않는다.

스포츠나 예술분야에서도 다채롭게 활동한 사람을 후하게 쳐준다고 한다.

이젠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인재상이 바뀔 때가 됐다.

자율과 창의성, 그리고 다양성과 리더십 함양이 우선인 세상이다. 그럼에도 사회엔 이 같은 인성이 부족한 일등 중독자들이 너무 많다. 곧 여름방학을 맞게 될 대학생들의 ‘백면서생’ 탈출 작전이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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