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열두 번째 선수’도 승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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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뒤끝이 부끄럽기 그지없다.

월드컵축구 응원전이 벌어지고 있는 제주종합경기장은 그 때마다 온통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다.

한마음으로 뭉친 응원의 열기도 좋고 승리의 기쁨과 열광도 좋지만 뒤끝이 이래서야 이건 문화시민이 아니다. 사람은 흥분하면 이성을 잃기 쉽다.

지난 13일 토고전에서 역전승한 기쁨이 아직 덜 깬 시점이었던 데다 우승 후보인 프랑스와 맞서 1 대 1 무승부를 기록한 19일 새벽의 경기는 관중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성숙한 시민이라면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이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군중 속에 있을 때 몸가짐이 흐트러진다.

이날 이 경기장에 모인 1만 5000 군중의 마음 속에는 오직 축구와 승리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태극전사들은 박지성의 한 방으로 프랑스를 기절시켰다.

모두가 이 한 방의 기쁨에 들떠 ‘나’를 잊은 것까지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군중심리 속에 숨어서 자기절제 없이 행동한 결과가 엄청난 쓰레기더미로 나타난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본색이라면 차라리 슬퍼진다.

응원전이 끝난 뒤 제주종합경기장에 널려있는 쓰레기에는 음식찌꺼기, 신문지, 비닐봉지, 응원도구에서부터 술병 등에 이르기까지 어지러이 뒤섞여 있었고 일부 시민들은 술에 취해 운동장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고 한다.

술이란 흥을 돋우게 마련이지만 흥분하기 쉬운 응원전의 특성을 감안해 주류반입은 절대 금지돼야 한다.

이 문제는 응원전 지휘부가 명심하여 반드시 고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전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세계가 ‘열두 번째 선수’라고 부러워하고 있는데 정작 그 속이 이래서야 될 일인가.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는 것은 바로 양심을 버리는 행위다.

자신의 쓰레기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열두 번째 선수’로서 ‘대∼한민국’을 외칠 자격도 없다.

태극전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민주시민이 되자.

오는 24일 스위스 전은 쓰레기 무단투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열두 번째 선수’ 들의 승리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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