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대∼한민국’함성이 그친 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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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으로 가는 길은 역시 멀고도 험난하다. 아니 가시밭길이다. 이제 여러 경우의 수는 사실 불필요하다. 3일후에 있을 스위스와의 조별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결코 간단치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

‘알프스’를 넘어 G조 예선 1위로 16강의 대열에 당당하게 합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앞엔 또 넘어야 할 고봉(高峰)이 있지만 지금까지 태극전사들의 보여준 투혼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마치 대나무가 쪼개지는 듯한 짜릿함. 첫 경기 토고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을 때 느꼈던 여운이 새롭다. 그리고 ‘아트 사커’라 불리는 세계 최강수준의 프랑스도 한국 특유의 은근과 끈기를 넘지 못했다. 밤 잠을 설치며 한국의 승리를 염원하던 한반도의 새벽은 이들 태극전사들이 아로 새긴 투혼과 정신력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다.

그들의 빛나는 전과 앞에 지구촌은 몸서리를 치고 있다. 두 게임 모두 선취골을 허용한 뒤에 이끌어 낸 투혼의 결실이기에 더욱 그렇다.

대 스위스전에서도 물론 우리 태극전사들은 눈부신 투혼을 발휘할 것이다. 하지만 승패에 관계없이 그들은 우리 국민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줬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최선을 다하며 기회를 기다리는 인내심, 그리고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 등이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열정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에너지로 승화돼야 한다. 무엇보다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제, 정쟁에 몰두하고 남의 탓에 익숙한 정치권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본격 여름철에다 장마가 시작된 지금, 온 나라는 ‘대∼한민국’ 붉은 물결이다.

월드컵의 환희와 감동이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2002년 6월의 전설보다 더한 흥분과 열광이 있다.

하지만 이런 흥겨움의 이면에는 뭔가 변질된 것 같은 아쉬운 모습들도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공공기물이 여기저기서 부서지고, 태극기는 쓰레기처럼 길바닥에 마구 버려지고, 달리는 버스나 트럭에 뛰어올라 매달리는 비뚤어진 응원행위가 그것이다.

더욱 가관인 장면도 있다. 토고전이 끝난 후 승리에 도취된 일부 응원진들은 임산부의 배에다 얼굴을 대고 ‘대∼한민국’을 연발하고, 젊은 남녀 한 쌍은 승용차에 올라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자세를 취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그렇잖아도 일부에서는‘월드컵 공화국’을 걱정하고 있다. 방송매체는 월드컵의 함성과 붉은 물결로 화면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고, 사회나 국가도 월드컵에 올인하고 있다.

오직 ‘대∼한민국’만 있는 과도한 쏠림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12일 밤 벌어진 호주와 일본전의 경우, 한국 TV 시청률이 일본보다 높았다고 한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호주와 ‘한국의 숙적’ 일본의 경기에 관심이 클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경기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한국이 일본보다 시청률이 높은 것은 ‘이상열기’로 밖에 달리 볼 수 없다. 평소 국내 K리그의 텅빈 관중석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이러한 쏠림현상은 그동안 우리 국민이 이런 저런일에 쌓인 것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지나침은 문제다. ‘대∼한민국’ 함성이 그친 후에는 국가·사회적으로 한층 여유롭고 보다 중용의 가치가 소중히 여겨지길 기대하는 것이다.

쉽게 바글바글 끓었다가 금방 식어버리는‘냄비성향’이 스포츠뿐 아니라 선거에서, 국민성에도 곧잘 나타난다면 국제사회에 각인된 월드컵 ‘대∼한민국’의 저력은 퇴색될 것이기 때문이다. %ohtj@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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