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斷水)와 삼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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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준. 전 제주문인협회장. 희곡작가
물에서 인간 문명이 발상되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예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는 국가통치의 근간으로 여겼고 이를 지혜롭게 관리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지도자의 덕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

가뭄과 홍수를 잘 다스려 농사가 잘 되어야 덕이 있는 군주가 되었고, 비가 오래 내리지 않아 가뭄이 지속될 때를 대비해 저수지 등 관개시설을 만들어 대비를 했다. 땅이 타들어가는 가뭄에는 임금이 직접 제관이 되어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그것은 비단 농경사회 문제만이 아니다.

근래에 들어서도 산에 나무를 심고 강에 보를 준설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워터프론트 사업을 전개하는 등 치산치수를 경제적 부가가치 문제로 까지 발전시키고 있다.

그래서 MB 정권은 대운하를 건설하여 유통과 관광, 맑은 물 유지와 수질환경을 개선하려 했으나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쳐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MB정권이 대선을 앞두고 겉으로 대운하 사업포기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대운하를 마음 속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진행했다는 증거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면서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요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비자금 문제로 지난 정권에 대한 국정조사나 청문회까지 거론되고 있는 형편이다.

물을 잘못 다스려 부덕한 대통령으로 치부되는 듯하다.

제주에서나 육지에서도 물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고 이름난 절이 세워졌다.

제주에서는 바다에서 용출하는 용천수나 하천을 중심으로 마을이 발전했다.

물이 흐르는 강정천과 외도천 옆에만 귀한 쌀(나록)농사가 이루어졌다.

필자가 어렸을 때 오현단 옆 남수각 자락에는 가라쿠물(가락천?)이 있었고 산지천에도 지하 숨골을 통해 내려온 시원한 물이 펑펑 솟아 올랐다.

그러나 모 호텔이 들어서면서 상류에서 수맥을 천공해버리자 물이 서서히 줄어들더니 이내 가라쿠물은 말라버렸다.

중산간에 골프장과 대단위 리조트 등 위락시설이 개발되고 삼다수가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수맥의 중심부에서 취수를 하기 시작하면서 산지천과 외도천의 물줄기가 가늘어지고 애월의 하물이 말라버렸다. 상수도 보급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마을마다 있었던 공동우물조차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금년에 제주는 장마에도 비가 내리지 않아 백록담이 바닥을 보이는 지경이 되었다. 제주도의회에서는 기우제까지 치렀지만 앞으로도 사정이 풀리기는 요원하다.

가뭄이 계속되고 어승생 수원지 저수량이 줄어들자 제주도에서는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격일제 단수 조치를 내렸다. 이런 조치에 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관광 성수기에 중산간 펜션 시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나 주로 노인층이 대부분인 마을 사람들은 걱정이 태산 같다. 물을 받아놓을 용기를 마련하느라 이리저리 뛰며 땀을 흘린다.

더운 날씨에 생활용수는 고사하고 밥해 먹을 물마저 걱정하게 됐다.

사정이 이런대도 삼다수 취수를 중단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다.

하루 2100톤의 취수허가를 받고서 물을 퍼 올려 육지로, 외국으로 반출하면서도 단수 지역에 물 공급을 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지역의 주민들은 물이 부족해 고통을 당하는데 한편에선 외지에 물을 팔 장사에만 열중하면서 짐짓 모른 척하고 있으니 이런 상황은 무슨 아이러니인가?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주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게 도정이 해야 할 일 아닌가?

옛 속담에 물에서 인심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물은 자손에게 물려줄 자산이다.

물 관리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어찌 세계환경수도 유치를 거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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