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vs 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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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제주해녀문화보존회 대표
우리 속담에는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말과 ‘3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는 말이 있다.

두 가지 모두 가뭄보다도 장마의 피해가 훨씬 크다는 우리 조상들의 경험에 근거해 생긴 속담이다. 가뭄은 아무리 심해도 농사 피해에 그치지만 장마가 들어 홍수가 나면 모두 씻겨가 남는 것이 없고 인명 피해도 크다는 뜻이다.

지난해 8월 연거푸 3개나 내습한 태풍으로 한라산에는 2000㎜의 기록적인 강수량을 나타냈고 서귀포도 관측 사상 최고치인 926.7㎜의 강수량을 보이며 많은 재산과 인명 피해를 주었다.

하지만 이번 제주의 가뭄은 이야기가 다르다. 폭염과 함께 50일 이상 이어온 ‘비 없는 날씨’ 탓에 농사는 물론 사람의 식수까지 바닥났다. 작년과 반대로 올해의 강수량은 7월 제주 14.7㎜, 서귀포 18.8㎜ 로 평년의 6% 수준밖에 비가 내리지 않아 7월 강수량 기록으로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8월의 말로 치닫는 이 시점에서도 10㎜안팎의 유례없이 적은 비가 내렸다. 제주지역은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이었다.

농작물도 농작물이지만 여름 관광 성수기를 맞아 손님맞이에 한창이던 숙박업소나 식당 역시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 제주도정이 현 상황을 ‘재난’으로 규정해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소방당국도 비상급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위기를 모면했다.

지난달 31일 제주도의회의 기우제를 시작으로 지난 10일 민주당 제주도당과 4대 종단 지도자들이, 14일 제주농업인단체협의회가, 17일 제주 칠머리당영등굿(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 보존회원들이 가뭄 해소를 기원하는 기우제를 지냈다. 그 덕분인지 고맙게도 지금은 장대 같은 소나기가 잠시 가뭄 끝에 단비처럼 대지를 적시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날씨의 적용은 비단 농사에만 국한 되지 않는다. 날씨 마케팅을 제창한 미국의 ‘오시언루스’라는 민간기상일기예보회사는 날씨를 비지니스의 한 요인으로 보고 날씨 마케팅을 “기상정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비지니스를 유리하게 전개한 마케팅 수법이며, 기상을 경영전략의 한 결정요소로 인식해 기상으로 인한 위험을 최소한으로 막고, 그 위험을 반대로 이용해 보다 많은 이윤을 확보하는 마케팅 기법”이라고 정의했다. 이후 많은 대기업들이 날씨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으며 보험과 금융계에서도 덩달아 날씨보험, 날씨 파생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실물 원자재펀드를 다루는 금융시장에서 날씨 예측은 초를 다툰다. 예를 들어 커피 원두를 생각해 보자. 주 생산지인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날씨가 커피의 작황에 주는 영향과 이에 따른 가격의 변화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가 반드시 위기인 것 만은 아니다.

올 초 여름 육지가 많은 비로 힘들 때 제주에 여행 온 지인 한 분이 깜짝 놀란다.

바다가 가까워 당연히 비가 더 많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날씨가 화창해 좋다며 주변 지인들에게 눅눅한 서울에 있지 말고 제주에 오라고 권한다. 이런 것도 도 차원에서 홍보를 한다면 제주관광에 한몫하지 않을까.

감귤류의 작황이 올해의 가뭄 탓에 걱정이지만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사상 최고의 당도를 자랑하는’ 감귤이라 홍보한다면 더 좋은 가격에 팔리지 않을까? 위기는 슬기롭게 대처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

태풍도 가뭄도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으로 온 지구촌이 비상이다. 제주 역시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의 현상이라고 맥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사람이 하늘의 계획을 모두 예측 할 수는 없겠지만 학습효과는 실패든 성공이든 데이터를 체계화하고 분석하려는 태도와 그 분석을 토대로 대비하는 노력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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