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름 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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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靑瓦臺)의 원래 명칭은 경무대(景武臺)다. 일제때 총독관저로 사용됐던 건물을 해방후 이승만 대통령이 집무실 겸 관사로 이용하면서 붙여졌다.

‘청와대’란 명칭은 4.19혁명후 윤보선 대통령에 의해 개명돼 사용되고 있다. 당시 건물은 1993년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헐려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새로 지어진 건물 역시 그대로 청와대로 명명되고 있다.

왜 하필이면 ‘경무대’와 ‘청와대’란 명칭을 붙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나 모두 권위적이고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이름인 점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마도 ‘경무대’는 경복궁(景福宮)에서 ‘景’자와 연무장(鍊武場)에서 ‘武’자를 떼어내 붙인 이름이 아닌가 하는 게 필자의 추측이다. 왕이 집무하던 경복궁 뒤뜰에 해당하는 이곳은 조선시대 무예를 닦는 연무장과 인재를 선발하는 과거장(科擧場)이 있던 자리다.

억지 논리일지 모르지만 ‘경무대’라 하지 않고 차라리 경과대(景科臺)라고 부르는 게 그나마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힘과 위세(威勢)를 떠올리게 하는 ‘武’보다는 ‘곡식을 말로 되어 나눈다’는 뜻의 문(文)에 가까운 ‘科’가 훨씬 부드럽고 친근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문(文)과 무(武)는 항상 병존해야 제격이다. 하지만 꼭 하나만 취하라면 역시 ‘文’일 것이다. 이승만 독재통치 역시 결국 ‘文’을 소홀히 한 데 따른 자업자득이 아닐까.

경무대가 청와대로 바뀌었지만 대(臺)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臺’는 ‘사방을 바라보기 위해 흙을 높이 쌓은 곳’, 즉 ‘사람이 머무는 높은 곳’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臺’ 역시 중국의 궁궐 이름을 본떠 붙여졌을 것이다.

박정희 독재정권 이후 오랫동안 군사정권이 이어졌고, 아직까지도 제왕적 대통령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혹시 청와대의 대(臺) 때문에 온 국민의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나오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청와대 이름의 변경을 검토했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필자가 본란을 통해 제안했던 이름은 ‘청기와집’, ‘청와관’, ‘세종로 1번지’ 3가지였다. 순수 우리말, ‘백악관’, 영국 수상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권위적이고 고립된 대통령 집무공간의 재배치를 지시했다. 역대 대통령이 실천하지 못한 일로 자못 기대가 크다. 차제에 청와대의 ‘臺’도 다른 말로 바꿨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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