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보다‘진로’가 먼저다
‘진학’보다‘진로’가 먼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종식. 세화고등학교장. 수필가
동물들이 모여 학교를 만들고, 달리기-오르기-날기-수영 등으로 짜인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했다. 또, 학교 행정을 쉽게 하기 위해 모든 동물들이 똑같은 과목을 수강하도록 했다.

그래서 오리 학생은 지도교사보다 수영을 잘 하고, 날기도 그런대로 했지만 달리기가 낙제여서 방과후에 과외를 받았다.

그렇게 달리기 연습에 열중하다 보니 자신의 물갈퀴는 닳아서 약해졌고, 수영점수도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

토끼 학생은 달리기를 가장 잘했지만 수영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이고, 다람쥐 학생은 오르기에서 탁월한 성적을 냈지만 날기 담당 선생님이 땅에서 위로 날아오르도록 하는 바람에 좌절감에 빠졌다.

용맹한 독수리 학생도 날기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가졌지만 다른 교과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문제 학생으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수영을 잘하고, 달리기와 오르기, 날기를 약간 할 줄 아는 뱀장어 학생이 가장 높은 평균점수를 받아 학기말에 졸업생 대표가 되었다.

이 스토리는 미국의 교육학자 R. H 리브스의 ‘동물학교’우화를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재정리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누구나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는 것이고, 각각의 특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 글은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학교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이 학교를 움직이고 있는지’ 등 올바른 학교 교육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여지를 주고 있다.

따라서 교육자들은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 우수성을 빨리 찾아주고, 그것을 키워주는 진로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러면, 학교에서 어떻게 진로 교육을 활성화할 것인가?

작년 4월 교육부에서 제시한 학교 진로교육 목표를 보면, ‘학생 자신의 진로를 창의적으로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로 설정돼 있다.

이처럼 초·중등학교 시절은 학생 자신의 자아 이해나 직업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형성이라든지 진로 탐색, 진로 디자인과 준비 등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는 진로 교육의 중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안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창의성을 요구하는 지식기반 사회인데도 불구하고 학교는 정답 찾기 위주의 입시 교육에 매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로 교육의 핵심은 아이들이 좋아하면서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고 키워주는 것이다. 바람직한 진로 교육은 아이들의 소질과 적성에 관계 없이 점수에 맞춰 유명대학에 진학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잘 했던 것, 아무리 해도 싫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는 교육이다. 글로벌 제주를 위해서라도 학생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한 생애 설계 중심의 체계적인 진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것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결과 중심의 진로 교육이 아니라 교육 과정 속에 녹아든 과정 중심의 진로 교육, 즉 진로 교육형 학교 교육 과정을 편성·운영하는 것이다. 그 한 예를 든다면, 교과별로 교수­학습 과정에 진로 교육을 포함시켜 지도하는 것으로 교과별 창의적 체험 활동이나 진로캠프, 진로의 날 운영 등을 연계시키는 것이다.

이제 학교는 학력 향상을 위한 노력만큼이나 진로 교육을 위해 땀을 흘려야 한다.

왜냐하면 진로 교육이 학교 교육의 본질을 찾는 지름길일 뿐만 아니라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가 바로 자녀의 학력 향상과 함께 진로 선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교장부터 구성원 모두 ‘진학’보다 ‘진로’가 먼저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겠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