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8월은 지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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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철. 前 제주문화원장. 수필가
올해의 여름은 너무 더웠다.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서 속에서 8.15광복절을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일본의 역사 왜곡을 비판했다. 그것은 일본이 좋은 이웃이 되기를 희망한 것이다.

아베 일본 총리는 8.15종전기념일 기념사에서 주변국에 고통을 준 침략전쟁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오히려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부추기고 공물료를 봉납, 참배를 대신 했다. 마음은 이미 그곳에 가 있음을 드러낸 정치 행위였다. 제국주의의 향수에 젖어 있음이 아닌가 싶다.

야스쿠니신사는 일본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일본인을 기리기 위해 세운 시설이다.

1869년 명치천황 칙명으로 건립된 도쿄 초혼사가 1879년 야스쿠니신사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르렀다.

거기엔 제2차세계대전 후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판결 받은 도죠 히데키 등 14명을 포함, 군신(軍神) 246만6000여 명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우리의 국립묘지와 같은 성격이다.

명치 이후 일본이 일으킨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사변,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등, 어느 것도 일본을 지키기 위한 전쟁은 아니었다.

저들의 번영과 팽창을 위한 침략전쟁이었다. 그럼에도 전몰자들을 호국수호신이라 한다. 과거사 미화다.

올해로 광복 68주년, 하지만 야스쿠니신사에는 강제 징집된 2만1000명의 한국인 군속과 군인들이 일본의 호국영령으로 합사 돼 있다.

광복된 고국을 찾아갈 수 없으니 감금된 것이다. 일본은 아직도 한국을 저들의 속국으로 생각하고 있음이 아닌가.

한국의 유족들은 “군국주의의 희생자를 일본의 군신으로 합사한 것은 민족적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다”라고 합사 철폐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 뿐인가. 일본정부를 상대로 ‘합사 철폐’ 소송도 제기했다.

그러나 일본 재판부는 “한국인 군속과 군인을 합사한 것은 야스쿠니신사이지 일본정부가 아니다”라고 판시 기각했다.

야스쿠니신사측은 한 술 더 뜬다. “한 번 합사된 이상 취소할 수 없다. 당시는 일본인으로서 일본국을 위해 희생했고, 죽으면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진다는 사실을 알고 참전했기 때문에, 합사는 유족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당연한 것이다”라고 해괴한 논리를 편다.

2007년 3월 30일, 일본 매일신문은 국립국회도서관에 소장된 ‘신편 야스쿠니신사 문제 자료집’에 A급 전범 합사에 대해 후생성과 야스쿠니신사가 협의한 사실이 있음을 밝혔다.

1958년 후생성에서 신사 측에 B, C급 전범을 눈에 띄지 않게 합사하고, 그 후 A급 전범을 합사한다는 2단계 전략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신사측은 1959년 4월과 10월에 B, C급 전범을 합사했고, 1966년에는 A급 전범을 은밀히 합사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 자료가 보도된 후 일본정부는 “합사 결정은 야스쿠니신사가 한 것으로, 여기에 옛 후생성이 관여한 적이 없다”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명백한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야스쿠니신사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호국군신의 영역으로 굳힌 것이다.

독일은 나치 정권의 잘못을 끊임없이 사죄하고, 희생자의 집 앞에까지 추모 명판을 새겨 놓는다. 행복을 찾으려 함이다.

일본은 강제 납치한 위안부의 실상을 부인할 뿐 아니라, 독도마저 빼앗으려고 야단이다. 불행을 부르고 있음이다.

무더운 8월은 가고 선들바람이 불어온다.

일본도 무거운 과거사의 짐을 벗고, 선들바람 같은 이웃으로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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