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 넘은 정실인사(情實人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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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 前 제주예총 회장. 시인
‘금도’는 ‘금도(襟度)’라는 한자어로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이라는 뜻으로 쓰여 왔다. 그런데 이 말이 언제부턴가 ‘금도(禁度)’라는 한자어의 ‘넘지 말아야할 선’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나 아직 사전(辭典)에는 없는 말이다.

아마 정치권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젠 아주 일반화 된 것 같다.

최근 예만 들더라도,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22일 청와대를 찾아 “3·15부정선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다음 날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민주당은) 공당(公黨)답게 금도를 지켜야 한다”라고 정중히 공박한 것이다. ‘금도(禁度)’는 어느덧 신조어로 굳어진 셈이다.

요즘 눈만 뜨면 지방신문 기사들이 요란하다.

시민대책위에선 “서귀포의료원장 적법한 절차로 임명해야”라는 주장에, 제주도는 “원장 연임법과 규정 충실히 이행했다” 라고 답해 공방전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으니, 어느 쪽이 금도를 넘은 것인지 모를 지경이다.

민선 5기초부터 3년 내내 귀에 못이 박히게 듣던 ‘측근 챙기기’가 이젠 금도를 넘어서 넌더리가 날 지경이다.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닌가? “어디 측근 아닌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하는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리는 듯하다.

금도를 넘는 처사가 어디 서귀포의료원장 뿐인가?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지난 7월 26일 이사회를 열고 김은석 제주대 교육대학 교수를 제6대 이사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김은석 교수는 민선5기 우근민 도정의 공약실천위원회에서 문화예술분야, 2012 탐라대전 축제 추진위원장을 맡는 등 우근민 도정을 적극 도운 인사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제민일보 2013년 7월 29일)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금도를 뛰어넘는 인사에 아연실색들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만큼은 제주도 문화예술인들의 최후의 자존심이고, 지켜야 될 보루라 여겨왔는데, 반쪽짜리 ‘2012 탐라대전’을 수렁에 빠뜨린 장본인이 도민들에게 이렇다할 사과 한마디도 없이 개방형이라는 허울을 빌어 재기용하다니, 금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선 인사다.

관선 3기에다가, 민선 2기까지 최장수 도지사가 됐으니 이제는 명예로운 퇴진을 저울질해야 하는 것이 정도로 보이는데, 다시 민선 3기를 채우겠다는 욕심이 발동해, 금도를 넘어서는 모양이다. 또 그 금도가 역풍을 일으키지나 않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측근에서 소외된 불특정 다수의 원성은 어찌할 것인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초대이사장은 양창보(작고, 화가·전 미협회장·예총회장 역임)였다. 2대는 고영기(작고, 시인·소설가·전 문협회장·예총회장 역임)였다. 3대는 김병택(문학평론가·전 문협회장·민족작가회장 역임)이었다. 4대는 강영철(연극인·연극협회장·예총회장 역임)이었다.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제주문화예술인의 얼굴들이라 할만 했다.

그렇다면 민선5기에 들어선 이사장들의 면모는 어떠한가? 5대 양영흠(예총사무국장역임·예술분야 전공 장르 없음, 2010 우근민선거캠프 출신), 6대 김은석(역사학자·예술분야 전공 장르 없음, 2010 우근민 선거캠프 출신) 등이다.

문득 우지사가 공식석상에서 제주 지방 문화예술인들을 경멸했던 발언이 떠올랐다.

“기존 탐라문화제는 음악인이 대표하면 다른 예술분야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등 고소나 고발로 끝나는 수준을 50년 동안 벗어나지 못했다.”(제주일보 제주논단 542)

제주도지사만 다섯 번이나 했으면 알다가도 남을 만한데, 50년 동안 고소·고발만 일삼는 ‘제주도문화예술인’들로 보셨다니, 금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게 아닌가 묻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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