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인사를 받는 선생님에게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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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백록초등학교 교장
학창 시절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동방예의지국’이다.

효를 주제로 한 웅변대회가 열리면 연사들은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선생님들의 훈화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었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란 말은 ‘동쪽에 있는 예의의 나라’라는 말로써, 2300년 전, 공자의 7대손 공빈이 쓴 ‘동이열전’ 중에 나오는 말이다.

부모에게 극진히 효도를 하던 소련과 대련 형제는 부모가 돌아가시자 3년을 슬퍼했는데, 이들은 동이족의 후예였다.

그 나라는 비록 크지만 남의 나라를 업신여기지 않았고, 군대는 비록 강했지만 남의 나라를 침범하지 않았다.

풍속이 순후(淳厚)해서 길을 가는 이들이 서로 양보하고, 음식을 먹는 이들이 먹는 것을 서로 미루며, 남자와 여자가 따로 거처해 섞이지 않는다.

이 나라야말로 동쪽에 있는 예의 바른 군자의 나라(東方禮儀君子之國)가 아니겠는가? 이런 까닭으로 나의 할아버지 공자께서 “그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하셨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대구중학생 투신사건 이후, 우리나라 학교 교육 현장은 학교폭력의 늪에 빠져버렸다.

각종 폭력과 왕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세워지고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117신고센터, 학교폭력대책위원회, CC(폐쇄회로)TV 설치, 상담사 배치, 또래 상담, 어울림 상담 등 다양한 방안들이 폭력 예방을 위해 시행되고 있다.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인성 교육의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 교육 계획의 앞자리에는 인성 교육이 자리 잡고 있지만 실제 학교에서 인성 교육이 바람직하게 진행되는 것 같지 않다.

또한 학생들이 각종 범죄에 휩쓸리거나 학교를 떠나는 현상을 보며 “인성 교육 이대로 좋은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학교에서 인성 교육의 시발점은 인사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기본 생활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인사 잘 하기를 가르치고 있지만 인사를 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초등학생도 그러한데, 아마도 중·고등학생은 더욱 그럴 것이며, 회자되는 말에는 지나가는 여교사에게 온갖 상스러운 말로 희롱을 한다니 정말 딱한 일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왜 인사를 하지 않을까?

이유는 많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선생님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종일 만나는 많은 학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받아주는 일은 번거로울 수 있다.

선생님이 인사를 받아주지 않으니 인사를 하던 학생들이 외면하고 만다.

학생들도 눈치가 있고, 자존심이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이 인사를 해야 한다. 학생들이 인사를 하면 꼭 받아줘야 한다.

하루에 몇 백번이라도 인사를 받아줘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스승을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먼저 인사를 하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먼저 인사를 하면 못 본체 하며 지나가는 학생들도 마지못해서라도 인사를 한다. 인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 습관이 되지 않으면 몇 번 하다가 하지않는다.

‘동방예의지국’을 역사로, 옛말로, 추억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다.

인성을 가진, 예의 바른 학생들을 만드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 ‘선생님들이 인사를 받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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