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화’(禹傾化)가 더 문제다
‘우경화’(禹傾化)가 더 문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관후. 소설가. 시인
“폭도라는 용어는 적어도 제주도에서만은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이미 4·3과 관련해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어’에 가까운 용어다. 이 용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그 동안의 4·3진상보고서의 내용과 학계의 연구결과를 외면하는 수구세력들 이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제주4·3연구소와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이 지난 번 공동으로 발표한 ‘도지사의 폭도발언에 대한 논평’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바로 4·3당사자인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공동 성명에 이름이 빠져있다. 도민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사회가 ‘우경화’(禹傾化)로 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4·3유족회가 우경화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뜻있는 사람들이 걱정하고 나섰다.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지난 5월 29일 ‘폭도’ 발언이 일파만파 번지며 좀처럼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도지사로서 있을 수 없는 발언이다.

우 지사는 “냉정하게 보면 경찰이 무슨, 명령 내리면 가는 것 아니냐. 월남전이고 어디고 싸우다보니 몰라갖고 할 수도 있고 그런데. 폭도 놈의 새끼들 끼어갖고. 나 그거 얘기 했다. 북한에 가서 영웅묘지나 데리고 가고. 김달삼이, 이덕구 묘지나 데려가고…”라는 내용도 그 발언에 끼여있다.

바로 무장대가 개입해 민간인이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우 지사의 “폭도 놈의 새끼들이 끼어 가지고”라는 발언은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부정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우 지사는 정부에서 발간한 ‘진상보고서’를 부정하거나, 그것을 읽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31일 담화문을 통해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까지 언급했다.

수많은 4·3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폭도’(?)들 때문인가, 아니면 국가권력 때문인가? 필자는 4·3사업소로 전화를 했다. 그들의 대답은 희생자를 발생하게 한 상황은 바로 ‘국가권력’의 잘못이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무장대의 잘못도 있었다. 희생자 숫자를 갖고 하는 이야기이다.

㈔제주4·3연구소와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가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 느닷없이, 지난달 8일 4·3유족회와 도자사가 간담회를 가졌다.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다. 4·3유족회가 ‘도지사의 폭도발언에 대한 논평’에 참여하지 않아서, 도지사가 그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할 자리일까 생각했다.

그런데 우 지사는 자신의 ‘폭도 발언’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하지 않았던 걸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4·3유족회는 왜 ‘우 지사의 발언’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일까? ‘우편향’(禹偏向) 임원진이 취임하면서 그럴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J인터넷언론이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도지사의 폭도발언을 4·3유족회는 과연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4·3유족회가 너무 갑갑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잘못된 법 적용으로 사형이나 무기형을 받은 사람들이 폭도로 몰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폭도로 몰린 사람들 대다수는 잘못된 법에 의해 재판을 받은 무고한 민간인들 아닌가? 어떻게 민간인이 폭도가 될 수 있는가? 어떻게 제주도지사라는 사람이 일반인들도 거의 쓰지 않는 ‘폭도’라는 발언을 쉽게 할 수 있는가?

‘도지사의 폭도발언에 대한 논평’은 “이번 일의 발단이 도민 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발언의 해명이나, 기사보도로 이슈화시킨 언론사에 대한 법적 대응의 검토라는 맞섬보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유족과 도민사회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이 소란을 종식시킬 것을 권고한다”고 마무리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문대탄 2013-09-16 10:26:01
김관후가 "학계의 연구결과를 외면하는 수구세력"이라고 한 것은 거짓이다.
학계의 연구 발표는 억울한 양민의 피해를 밝히는 데 집중되었는데 (군사독재 시절 이것도 못하게 했으니까)
학계의 4.3연구의 한계는 4.3의 발생원인과 성격에 관해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계도 김관후가 무서운 모양이다.
군사독재 아래서 4.3연구소는 용감했다. 요즘 환경에서 4.3연구소는 비겁하다.

문대탄 2013-09-16 10:21:58
4.3은 제주도민의 끔찍한 '수난'이다.
4.3은 제주도민 대부분이 적극 가담한 단선단정 반대 민중항쟁이라고 말장난 하지 말라.
4.3은 소수의 좌익 남조선노동당 폭도들이 5.10선거를 방해하려 했던 사건임을 시인하라.

문대탄 2013-09-16 10:14:48
4.3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대부분 국가권력 때문이고, 또한 필자 김관후가 말한 것처럼 "물론 무장대(폭도)의 잘못도 있었다." 그런데 "무장대"의 잘못은 지적하지 말라는 건가?
더 근본적으로 4.3이 발생한 것은 남로당 폭도들의 강경 무장투쟁 로선 때문이었다. 이 점을 밝히지 않는다면, 내 친구 김관후 역시 4.3연구소 강창일 민예총 박경훈 전교조 이석문 등 유명인사들과 함께 역사를 왜곡하는 부류가 된다.

문대탄 2013-09-16 10:08:14
필자 김관후는 "폭도로 몰린 사람들 대다수는 잘못된 법에 의해 재판을 받은 무고한 민간인들"이라고 한다. 폭도로 몰린 사람들 가운데 폭도도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말이다. 폭도는 없다는 주장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기 때문인데, 하옇든 마지못해서라도 진실을 인정하니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