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행주로 요강닦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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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로 요강을 닦는다는 표현은 일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일을 해서, 일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거리를 만드는 경우에 사용되는 표현이다.

조직에서, 멍청한데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잘려야 되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각론으로 들어가서 보면 너무도 많은 사람이 이런 행주로 요강 닦는 일을 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나름대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제3자가 바라보면 쓸만한 행주만 걸레로 만드는 일일 뿐이다.

대학생이 된 자녀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벌고 또 동생들을 건사한다면 기특한 일일 것이다.

이런 아르바이트는 시간당 3천원 정도를 받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10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약 300시간을 일해야 한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근무한다고 치면 주당 40시간이 나온다. 그러면 300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8주 정도가 소요된다. 대략 2개월 정도이다.

2개월이라는 시간은 이 학생이 미래를 준비하여야 할 시간이다. 어차피 미래를 준비하지 않을 학생이라면 놀아버릴 시간을 활용해서 돈을 벌게 되는 것이겠지만 실은 자기개발에 투자되어야 하는 아까운 시간을 잔돈 벌이를 하게 되는 셈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1, 2년을 취업준비의 기간으로 보낸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TOEIC 시험 성적을 올리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인턴경험을 획득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

이런 학생들이 이 기간동안 사용하는 돈과 세월 그리고 이 기간동안 벌지 못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대학생 시절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벌었던 것은 큰 돈이 아니다. 물론 이런 아르바이트가 없다면 학업을 지속할 수 없는 경우라면 상황이 다르다.

취업준비는 대학교 재학중에 했어야 옳다. 대학에 재학중인 동안은 아르바이트로 세월을 보내고 졸업후에 취직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행주로 요강 닦기가 아닐까 싶다.

젊은이들이 미래를 대비하고 자기계발에 진력해서 초췌해야 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생기발랄하다고 하시던 은사님의 말씀이 항상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나는 너무 생기발랄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항상 머리 한 구석을 차지하고 더 열심히 살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죄의식도 가지는데 우리 학생들은 하루하루가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

돈이 없어도 대학에 다닐 수 있다. 특히 국립대학교의 경우 장학금이 많다.

게다가 학과별로는 교육부의 NURI 사업, BK 사업, 정부부처의 인력양성 사업을 수주하여 전체 학생의 절반이상에 대해 장학금의 혜택을 주고 있다.

즉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라도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등록금 정도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또 용돈마련을 위해서도 교내의 아르바이트도 있고 지도교수의 연구를 도우면서 충분히 용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학교 밖에서 전공과 관련이 없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기계발에 투자할 아까운 시간을 흘려버리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누군가 내게 돈벌이에 대해 제안을 해 오면 나는 항상 ‘제 전공이나 미래와 관련이 없는 돈벌이는 하지 않겠습니다.’로 답한다. 나는 여전히 학생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학생일 것이다. 물론 제사상의 위패에도 그렇게 쓰여질 것이다.

이번 방학에도 어김없이 텅 빈 캠퍼스를 바라보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 학생들이 자기계발에 진력하고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정범진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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