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시론>작심삼일의 외풍을 경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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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 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을 잘 해보려 치밀한 계획을 세워놓고 부지런히 실천하다가 얼마가지 못해 이런저런 일에 치인 나머지 애초에 먹었던 단단한 의지를 스스로 꺾고 ‘도로아미타불’ 인생이 되고 마는 형국을 일컫는 말이다.

모르긴 해도 짐을 많이 지면 먼 길을 못 간다는 속담이야말로 바로 작심삼일과 같은 상황을 미리 경계하고자 발명해낸 지혜로운 경구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적당한 과제를 목표로 설정하고 목표에 도달하는 그 순간까지 끝까지 차근차근 성실히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신이리라.

지난 1일 특별자치도가 출범하고 일제히 특별자치도지사·지자체장 및 의원들의 취임식이 거행되었다. 보름이 지난 이 시점에 벌써 작심삼일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필자는 오늘 작심삼일하지 않는 방법을 하나 고안해볼까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4년 후 본인이 낭송하고 싶은 내용을 담아 퇴임사를 미리 작성해보자는 것이다.

취임사를 펴놓고 작성한다면 매우 바람직하겠고 날마다 한번씩 그것을 꺼내어 읽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왜냐하면 퇴임사야말로 취임 당시 본인이 작심한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는지를 스스로 가늠하고 재임시 혹여 흐트러질지도 모르는 초심(初心)을 반추하는 가장 직접적인 금과옥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작심삼일이 꼭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상부의 지시와 명령을 하달 받는 입장에 놓인 하위직 공무원에게 작심삼일로 이어지는 피동적 상황은 더욱 많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더욱 불리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중간 간부라 해야 할 것이다. 상부의 지시와 하부의 제안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조정에 조정을 거듭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 중간 간부들의 고충은 차라리 고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마 제주처럼 이제 외교·국방·사법을 제외하고 고도의 자치를 발휘해야만 하는 사회에서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비롯되는 작심삼일의 경우가 더욱 많을 것이다.

스포츠문화국의 재차 이전을 둘러싸고 ‘산남정책’의 진정성을 따지는 잡음이 이는 가운데 우리들의 궁극적 목표인 생명·평화·생태가 어우러진 제주문화예술을 직접적으로 챙겨야할 문화진흥원장·문화스포츠예술국장·제주4·3사업소장·제주시문화산업국장·관광협회사무국장·서귀포시복지문화국장·문화예술재단사무처장과 같은 관련 직책에 여성 두 분(현을생 서기관, 양임숙 서기관)이 책임자로 발탁되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며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날마다 좋은 퇴임사를 준비하는 각오로 어느 때보다 좋은 성과를 내리라 기대하며 스스로도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지지를 보내리라 다짐해본다.

이제 새 출발이다.

문제는 자발적 작심삼일이 아니라 피동적 작심삼일이다. 가장 불리한 처지에 놓인 서기관급·사무관급 중간 간부들이 신바람 나게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가 허락하는 최대한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공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초대 특별자치도 지사가 밝힌 ‘10대 도정방침’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FTA 시대’를 맞아 우리 제주특별자치도는 1차 산업 경쟁력 강화가 최우선이며 생명·평화·생태가 어우러진 제주문화예술의 진흥을 향해 모든 부문의 산업이 조화롭게 발전해 가는 것이 공무의 궁극적 지향점이다.

그 가운데서도 제주문화예술의 발전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신의경 제주한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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