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벗으라면 벗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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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전당대회가 끝났다.

강재섭 의원이 임기 2년의 당 대표로 선출됐다. 또한 이재오·강창희·전여옥·정형근 의원이 신임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한나라당은 내년 대선을 앞둬 전열 정비작업을 마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보인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과정은 재미있었다. 재미정도가 아니라 차라리 코미디에 가까웠다.

선출과정을 본 개그맨들이 있었다면 조금 두려워했을 것이다.

정치인들로부터 그들의 직업을 혹시 빼앗기지나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서울 잠실 올림픽 역도경기장에서 처음 열린 합동연설회를 보자. 이재호 후보는 노타이 차림에 셔츠 소매도 팔꿈치까지 걷어붙인 후 “일요일에 골프장에 가는 대신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서민의 대표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양복차림의 강재섭 후보는 “옷 다 벗어 치우자. 들판으로 나가자. 팔을 걷어붙이자”며 상의를 벗고 넥타이를 풀었다. 그러자 이규택 후보는 “강 후보가 웃통을 벗으니 평소 웃통 벗던 버릇이 여기에서도 나오는구나 싶다”고 꼬집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전당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며 한표를 부탁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다음 후보는 독설가로 알려진 전여옥 후보.

전 후보는 “나 전여옥도 벗으라면 벗을 수 있다. 5·31지방선거때 밥을 제대로 못먹으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다이어트 해서 전여옥 몸매도 괜찮다”고 말을 한 후 “그러나 지금이 넥타이 풀고 옷 벗어 던지는 쇼를 할때냐”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날 쇼를 보고 있을 때 였다. 전 후보도 주인공 중의 한명. 1970년대, 가수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사에 이런 내용이 있다.

“잊으라면 잊겠어요, 당신이 잊으라시면…”

그때 노래가 2006년 7월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를 뽑는 자리에서는 이렇게 가사가 바뀌었다.

“벗으라면 벗겠어요, 당신이 벗으라시면…”

이쯤해서 개그맨들이 웃지 않는다면 개그맨 자질이 없는 사람이다.

다음은 저격수로 알려진 정형근 후보. 정 후보는 이날 “5·31지방선거 때 발생한 박근혜 전 대표 살인미수범 배후에 누가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지도부는 팔짱만 끼고 있는데, 배후에는 칼잡이 폭력배가 있고 그 뒤에 북한 공작원이 있는지, 특정 정치세력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목에 힘을 주었다.

‘호텔 묵주사건’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정 후보도 이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어쩌랴.

검찰에서도 이 사건의 배후가 없는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정 후보의 입장에서는 검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면 정 후보도 이 사건을 재조사하라고 검찰에 얘기해야지, 당원들 앞에서 ‘밝혀야 한다’고 말하면 누가 밝혀야 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정보기관 고위층 출신답게 스스로 밝히든가. ‘호텔 묵주사건’만큼 의문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행복하다.

경제난이다, 한미 FTA다 하며 혼란한 요즘, 정치인들의 코미디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 방속에서도 그 정도면 위험하니 수위를 낮추는데 좋겠다고 평가할 정도의 코미디가 아닌가.

차라리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TV를 보며 국민들이 맘껏 웃을 수 있도록 직업을 바꾸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정당 지지율보다 시청률이 높게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제주출신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예전 국회 청문회 자리에서처럼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입술에 손바닥을 포갠 후.

“호, 호, 호, 코미디야,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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