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고운 향기와 색깔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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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시에 등장하는 시간의 모습과 색깔과 소리가 멋있다. 누군가의 시들에 등장하는 시간에 대한 파편들이다. ‘싱싱한 시간들이/ 촘촘히 줄지어 선/ 파밭에 서면’(‘파밭에서’ 중에서), ‘내가 기쁘면/ 시간도 춤을 추고/ 내가 슬프면/ 시간도 눈물 흘리네/ 내가 살아 있는 그만큼만/ 시간은 내게 와서 꽃으로 피네’(‘시간은’ 중에서), ‘물이 흐르는 동안/ 시간이 흐르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물이 흐르고’(‘세월’ 중에서), ‘빗소리/ 아름답고/ 마음은 고요하다/ 비에 젖은 초록빛 시간들’(‘비 일기’ 중에서)….

 

우리 삶의 주위에서 시간은 다양한 형상으로, 여러 가지 색깔로, 변화무쌍한 소리로 맴돌면서 흘러간다. 시간을 표현한 의태어와 의성어들이 너무 정겹다. 우리와 함께 시간이 운치 있게 지나가는 것 같다.

 

베르가모트 향료는 강렬한 햇볕과 해풍을 맞으며 시간을 먹고 자란 나무의 열매에서 추출한다. 이 나무는 향수에 적격인 열매에 향료를 잉태시키기 위해 시간을 이용했다. 나무는 흘러가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유익하게 이용했다.

 

시간은 내게 와서 꽃으로 피었고, 꽃은 향료로 탄생했고, 향료는 향수로 내게 다가왔고, 향수는 시간과 함께 내 곁에서 춤을 춘다. 향수와 시간의 가장 큰 매력은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움직이는 마력’에 있다.

 

향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향기, 인간의 삶에서 가장 긴요한 것은 시간 그 자체이다.

 

무색 불활성 기체인 헬륨은 전류가 흐를 때 크림색의 창백한 복숭아빛 시간들을 선물한다. 네온등 속에서 네온(Ne·neon)은 주홍빛을 발하면서 시간을 삼킨다. 크립톤은 방전으로 인해 들뜬상태가 된 후 푸른색이 감도는 하얀빛 시간을 발한다.

 

인체에 그토록 중요한 나트륨과 칼륨이 속해 있는 알칼리금속들은 불꽃 속에서 시간과 열을 흡수하면서 특성적인 불꽃 색깔을 생성한다. 리튬은 심홍색, 나트륨은 노란색, 칼륨은 연보라색, 루비듐은 적자색, 세슘은 푸른색 시간을 표출한다. 금속에 열을 가하면 특유의 색깔 시간으로 이것들은 춤을 즐긴다. 물질의 세계는 역시 흥미롭다.

 

일반 백열전구가 2014년 1월 1일부터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 백열전구가 자취를 감추는 것은 텅스텐과 함께 열 속에서 시간이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됨을 의미한다. 이 비극적 창조물은 텅스텐의 얇은 철사(전구의 필라멘트)가 노란색의 열이 날 때까지 전기로 가열해서 빛을 생성하도록 되어 있다.

 

이 백열전구는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장식했다. 일반적인 백열전구는 전기의 10% 정도만 가시광선으로 전환한다. 나머지 약 90%는 열 혹은 적외선으로 변환·소비된다. 그래서 이 전구는 ‘빛을 부산물로 배출하는 전기난로’라 불러도 될 것이다.

 

이제 텅스텐은 백열전구의 시간 속에서 생활할 필요는 없어졌지만, 텅스텐 탄화물(WC)로써는 아직도 시간을 호령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할 것이다. 이것이 절단 도구 같은 물질에 이용될 때 ‘다이아몬드보다 단단하고 강철보다 훨씬 튼튼하다’는 측면에서 다른 금속보다 우월하다.

 

상쾌하고 부드러운 공기가 싱싱한 에너지를 지닌 산소, 질소 등 기체의 흐름이듯이 즐겁게 춤추는 초록빛 시간도 인간을 비롯한 대자연에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존재이다.

 

상큼한 시간이 내게 와서 꽃으로 피어나게 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시간이라는 소중한 선물의 모양, 길이, 색깔, 향기 등을 잘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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