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폭력의 파괴력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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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련. 수산초등학교장. 제주아동문학협회장
지난 21일, 미국 네바다주 한 중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2명이 숨지고 남학생 2명이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은 우리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가해자의 범행동기는 조사 중이어서 경위나 동기는 확실치는 않지만 이를 목격한 한 학생은 가해자가 “왜 너희들이 나를 놀리냐? 왜 나를 비웃냐” 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예단할 수는 없으나 이 또한 언어폭력이 부른 참사라고 본다.

툼린(Tumlin)이라는 학자는 언어 폭력을 성격, 능력, 배경, 외모, 저주, 희롱, 조롱, 협박, 욕설 공격의 9가지로 유형화 했는데 이 사례는 조롱에 해당된다.

이러한 언어 폭력은 학생,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주로 나타났는데 이제는 초등학교 어린이들 사이에도 번지고 있다.

왜 언어 폭력이 행해지는 걸까?

그 이유를 알아보면 자신의 자아를 손상받지 않으려는 방어 본능, 집단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행동, 열등의식을 보상받고자 하는 심리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요즘에 언어 폭력이 만연하는 이유는 신체적 폭력을 절제하도록 하는 학교 안팎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기인된다고 보고 있다.

올 7월 초 교육부가 학교 폭력 예방 대책 수립에 앞서 학생, 교사-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학교 폭력의 유형별 피해를 보면 욕설이나 모욕적인 말, 즉 언어 폭력이 39.5%나 차지해 사이버 폭력(14.3%), 괴롭힘(12.9%), 집단 따돌림(12.9%)보다 월등히 높았다.

왜 언어폭력이 나쁜가?

폭력적인 언어로 형성된 사고는 참을성이 부족하고 부정적이며 폭력적 행동을 유발하게 한다.

또한 긍정적이고 밝은 정서를 표현하는 것을 억제시킨다.

언어 폭력은 그것을 행하는 사람보다 당하는 사람에게 더 큰 정신적, 심리적 폐해를 준다. 당하는 사람의 자아존중감에 상처를 입히고, 불안감과 적대감을 갖게 하며, 자신감을 위축시키고,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며 나아가서는 자살과 살인까지 유발시킨다.

악성 댓글, 악성 루머로 인한 유명 연예인들이 자살한 사건, 선임병의 언어 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진 신병 사건, 학교에서 언어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한 학생 사건 등을 보면 언어 폭력이 얼마나 파괴적인가를 알 수 있다.

일전에 웃음 치료 강사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어느 학교에서 언어 폭력의 파괴력 실험을 하기로 했다. 우선 밥을 두 그릇에 담아 교실 창가에 두었다. A 밥그릇에는 반 아이들이 볼 때마다 “넌 미워”, “못생겼어”, “바보!”, “멍청이” 등 폭력적이고 부정적인 언어를 퍼부었다. 한편 B 밥그릇에는 아이들이 볼 때마다 “사랑해”, “고마워”, “넌 좋은 친구야”, “난 네가 좋아” 등 긍정적이고 호감있는 언어를 들려줬다. 그러자 두 밥그릇의 색깔이 조금씩 변하더니 3주 후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폭력적인 언어를 들은 A 밥그릇은 거무스름하고 푸른 곰팡이가 밥알 위에 맺혀있고 냄새를 맡아보니 썩어가는 악취를 풍겼다. 반면에 긍정적이고 사랑스런 언어를 들은 B 밥그릇은 밝고 노르스름한 곰팡이가 맺혀있고 술냄새 비슷한 향기가 나왔다.

인간도 아닌, 그것도 무생물에게도 이러할 진대 인간에게는 얼마만한 영향을 미칠까.

학생들의 언어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욕설과 언어 폭력을 하는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교실에서 사제 간에 허심탄회하게 토론해 볼 필요가 있다.

말의 어원도 정확히 안다면 쓰는 데 조심스러워질 것이다. 인격과 삶의 질은 말의 성숙에 있다.

가정에서부터, 우리 어른들부터 긍정적이고 밝은 언어를 사용해보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원리는 여기에도 통한다. 학교와 사회에서 연계해 교육적인 지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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