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vs 대학교 해녀 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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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제주해녀문화보존회 대표
우리는 종종 외신(外信)을 통해 ‘동경대 법대를 졸업하고도 집안의 가업을 이어 우동을 만든다’는 류(類)의 일본 후계신화(後繼神話)를 전해 듣고 감탄하곤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많은 선진국에서도 수백년 이어온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들은 첨단 과학과 자동화 설비를 외면하고 고집스레 전통방식대로 맥주, 포도주, 치즈 등을 생산하고 판매한다.

이처럼 그들은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그 전통의 대물림을 무척 중시한다. 이들에게 ‘전통’은 단순한 보존과 전승의 대상이기 이전에 안정적 신분과 수익을 보장해 주는 고부가가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전통이 이렇게 고부가가치의 원천이 된 배경에는 자신의 전통이 최고라고 여기는 자부심과 그 전통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는 사회와 정부의 노력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한 예로 독일의 맥주를 들어보자.

과거 맥주를 만드는 주조사(酒造士)의 눈으로 본다면 맥주는 대맥을 발아시켜 맥아를 만들고 그 맥아를 갈아 물과 함께 발효시키면 되는 단순한 것이었겠지만, 지금의 독일 맥주는 국가적 차원의 산업이며 이를 더 발전시키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세계 100대 대학 안에 꼽히는 독일의 뮌헨공과대학에는 ‘맥주 제조’를 전공으로 하는 ‘Brauwesen’ 학과가 있다.

커리큘럼만 해도 세포생물학, 유기화학, 물리학, 기계학, 기계도면 및 설비, 컴퓨터프로그래밍, 무기화학, 열역학, 미생물학, 유체역학, 유전학, 기기분석 등 공과대학에서 배우는 과목뿐만 아니라 경제학, 재무관리, 경영학 과목까지 이수해야 하는 아주 힘든 과정이다.

졸업을 위해서는 논문은 물론 맥주 관련업체에서 최소 18주의 실습을 거쳐야 한다. 9학기 즉, 4년 반이 걸리는 이 과정을 졸업한 이들은 세계 굴지의 맥주 및 식음료회사는 물론 제약회사 연구소에도 취업을 한다.

그에 반해 우리의 경우를 비교해 보자. 제주 해녀에게 “해녀를 자녀에게 대물림 하고 싶은가?” 묻는다면 그 답은 한결같이 “아니오”이다. 고된 노동인 ‘물질’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고된 노동의 대가 치고는 턱없이 적은 수입의 해녀일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는 부모의 마음이 헤아려진다.

하지만 고령화되고 사라져가는 제주해녀의 보존을 위해서 새로운 세대의 해녀 육성은 불가피하다.

과거 돌담 뒤에 장작을 피우며 옷을 갈아입던 불턱이 냉온수가 콸콸 나오는 해녀탈의장으로 탈바꿈 했고 무명으로 만든 소중기가 네오프렌재질의 고무옷으로 진화했듯이 이제 더 나아가 새로운 세대를 해녀로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의 대학교에서도 ‘해녀학’을 전공으로 하는 학과가 신설돼야 한다. 근래에 각 대학에 네일아트, 애견미용, 장례지도 학과 등 과거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학과가 생겼다.

신종 직업이 신규 학과를 만들었고 학과가 생김으로써 그 분야에 학문적 체계가 확립되고 그 직업에 대한 전문성도 인정 받았다.

‘해녀 학과’의 커리큘럼은 앞서 독일의 ‘맥주제조 학과’가 그런 것처럼 단지 해녀 물질(잠수)만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다.

해녀 물질은 물론, 해양과학, 해양자원, 생태환경, 잠수생리, 해녀의 문화와 역사, 관광통역, 관광경영 등 해녀 문화 전반에 관련된 학문을 배우며 그들의 진로도 꼭 해녀로만 한정 짓지 않고 적성에 맞게 몇몇은 해녀로 몇몇은 해양 관련 기업이나 공무원이 된다면 이야말로 지역 특성화 학과의 효시가 되지 않을까?

제주도에는 유난히 ‘세계’, ‘국제’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어있다. 하지만 가장 제주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이고 국제적인 것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하루 빨리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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