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혼(魂), 제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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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세화고등학교 교장. 수필가
사고(思考)가 언어라는 말이 있다.

제주어 역시 제주인의 사고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언어라 할 수 있다. 제주인의 독특한 사고와 감정 체계가 제주어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제주어는 제주 전통문화 속에 녹아들어 제주인의 정체성을 지켜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제주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면 제주의 정체성은 물론 제주의 혼까지도 사라질 것이다.

한 마디로, 제주어는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제주인들이 자연과 투쟁하며 잡초처럼 질긴 생명력을 유지해 온 주춧돌이라 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지난 10월 4일부터 11일까지(10월 첫째 주 금요일부터 1주일 간) ‘제주어 주간’을 운영했다.

이것은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에 근거해 제주어의 보전과 전승을 위한 도민들의 공감 확산을 물론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제주어 관련 다양한 행사를 전개하는 것이다.

그 주요 프로그램을 보면, 제주어 시낭송대회, 제주어 동화구연대회, 제주어 노래부르기, 제주어 말하기대회, 제주어 문학백일장, 제주어 연극 ‘의녀 반수 김만덕’ 등이다.

또, 제주발전연구원(제주학연구센터) 주관으로 ‘소멸위기의 제주어, 왜 국가 어젠다가 돼야 하는가’, ‘제주어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보전방안’ 등의 주제로 학술 세미나도 열렸다.

요즘 스마트폰의 등장, 정보화 및 세계화 추세 등으로 청소년은 물론 기성세대들까지 제주어를 멀리하면서 제주의 혼(魂), 제주어는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다.

문제 해결의 첩경은 바로 학교가 중심이 돼 학교 현장에서 제주어를 사용하고 가르치는 것이다.

제주어 보전과 전승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제주어 교육 활성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학교 교육을 통한 해결이 가장 바람직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 현장은 수능 대비 교과 교육 등 입시 위주 교육으로 제주어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제주어 교육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제주어 교육에 대한 학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의 인식 부족, 지도교사의 전문성 부족, 학부모들의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 활동 요구, 학생들의 제주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제주어 교육 자료 및 프로그램 부족, 제주어 교육 관련 기관 간의 협력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나 각급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제주어 교육에 열심히 노력해 왔다.

매년 탐라문화제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제주어말하기대회’와 ‘학생민속예술축제의 날’ 출연이라든지 ‘제주어와 생활’, 초·중·고별 제주어 교육 CD 등 제주어 교육 자료를 개발해 학교에 보급해왔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청소년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교육 자료와 프로그램을 개발해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단위에서 창의적 체험 활동과 연계한 제주어 교육 전개, ‘제주어 청소년동아리’ 구성·운영, ‘제주어 교사연구회’에 대한 예산 지원과 프로그램 개발 연구 용역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최근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에 힘을 얻어 지자체와 언론 및 학계, 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에서 제주어의 중요성과 함께 제주어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지금이야말로 학계와 문화계, 언론계, 지자체, 교육기관 등 다양한 제주어 관련 기관과 단체에서 제주어의 보전과 전승을 위한 체계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제주도민 모두 미래의 제주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제주인의 혼이 담겨 있고, 우리들의 생각과 삶이 배어 있는 제주어 교육에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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