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운 곳 긁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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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백록초등학교 교장
사람이 가지고 있는 피부의 넓이는 어른이 1.6㎡가량 되며, 어린이(10세 기준)의 경우는 대략 1.0㎡ 가량 된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피부가 가려우면 손이나 벽모서리 등 모난 것들을 가지고 긁게 된다.

손독이 올라 큰 상처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긁으면 순간적으로 가려움은 사라지거나 차차 없어진다.

그런데 등처럼 손이 닿지 않은 곳이 가려우면 효자손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준비가 안 돼 있을 때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누군가가 긁어주면 새 세상을 만난 듯 시원해진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는 가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그 가려움은 한 사람의 노력에 의해 해결되는 것도 있지만 때로는 타인이나 단체, 행정기관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학교 또한 여러 가지 가려움을 가지고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 교사들은 소속 학교의 문제가 다른 학교들의 문제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매해 실시하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도민과의 열린 대화’에 참가해 보면 학교나 지역마다 가려운 곳이 있고, 그것을 교육청이 해결해 주기를 원한다.

설령 ‘도민과의 열린 대화’에서 거론되지는 않아도 학교마다 가려운 곳이 있고, 예산이 필요한 사업들이 있다.

새로 건축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노후로 인한 수리, 누수 등 학교가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학교 어린이들이 가진 가려움은 잔디 구장이었다.

이웃학교에 잔디 구장이 조성돼 있어 부럽기도 하고,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싶은 마음이 커서인지 교장실까지 찾아와 부탁을 하는 어린이가 여럿있고 어린이회에서 건의를 하기도 했다.

마사토(흙) 운동장도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비가 그쳐도 바로 운동을 할 수 없거나 흙가루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고, 이웃 아파트로 불려가 불편을 주었다.

다행히 교육청과 제주도청의 지원으로 올해는 아주 좋은 잔디 구장을 완성할 수 있었다.

잔디 구장이 완성된 후에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거나 달리기, 놀이를 하는 어린이가 부쩍 늘었다.

육상 트랙과 놀이터, 계단, 가림천장(캐노피) 공사를 같이 추진하고 나니 학교가 더욱 아름다워지고 학생들이나 학부모의 만족도가 아주 높아졌다.

야간에도 운동장을 걷거나 노는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이 있어 잔디 구장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시설이 됐다.

학교의 역사가 오랠수록 낡은 시설들이 있고, 고쳐야할 곳이 많다.

또한 이웃학교와 비교하면서 우리 학교도 이웃학교처럼 좋은 시설이 들어서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예산만 넉넉하다면 학생이나 학부모가 원하는 모든 시설을 일시에 해소해 주고 싶을 것이지만, 세상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법이 없듯이 학교의 시설 확충도 그러하다.

우리 교육청에서는 교육 환경 개선 및 중·장기 시설사업 추진 계획을 세우고 학교의 신청을 받아 심사위원들이 사업별로 노후도와 중요도, 위험성, 최근 보수 이력, 건물 종류 등을 심사한 후 우선 순위를 정해 공사를 하고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건축을 하고 유지· 보수를 지원하려니 부득이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주먹구구식으로 선정해 사업을 한다면 학부모들의 불만이 클 테지만 우선 순위에 의한 공사는 불만을 잠재우고, 언젠가는 공사가 이뤄질 거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우리 학교의 또 하나의 가려움이었던 TV 난시청 문제도 교육청의 협조로 해소됐다. 이로써 TV를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돼 학생, 교사들이 모두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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