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끼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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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철. 前 제주문화원장/수필가
토요일 오후 2시, 광양 로터리 벤처마루 앞에선 청소년들의 끼 자랑 잔치가 열린다. 가설무대 위에서 발랄하게 뛰노는 청소년들, 노래하고, 춤추고, 모듬북을 둥둥 울리고, 기악을 연주하고…. 소박한 무대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족하다.

따돌림, 흡연, 음주, 폭행, 가출, 게임중독 등으로 얼룩진 어두운 그림자는 찾아 볼 수가 없다. 한결 같이 환한 얼굴들이다. 방과 후 교내 동아리 활동으로, 혹은 동사무소 방과 후 아카데미에서 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이들이 미래 한류를 이끌어 갈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가슴이 울렁거린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청소년교화연합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에 참가한 팀은 초등학교 50개 팀, 중학교 59개 팀, 고등학교 42개 팀, 모두 151개 팀이다. 학생 수로는 무려 500명이 넘는다. 이들이 4월부터 시작해 10월까지 11회의 예선과 1회의 준 결선을 거쳐 16개 팀이 최종 결선에 올랐다. 결선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청소년들, 그들의 몸 속엔 노래하고 춤추고 놀이를 즐기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중국의 삼국지 위지 동이전엔 ‘동이 사람들은 유달리 노래하고 춤추기를 즐겨해 몇 날 며칠을 피로도 모르고 놀이를 즐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동이 사람이란 한국인을 이름이다. 요즘의 노래방 문화가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K팝이나 싸이의 말춤과 강남스타일은 거센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열렬한 팬을 끌어 모았다. 그 팬들은 전혀 다른 얼굴이지만 한국말로 노래하고 한국인의 몸짓으로 춤을 춘다. 한류는 단군 이래 우리 민족 문화가 다른 민족에게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진 첫 사례로 꼽힌다.

과거 우리 문화의 일부가 중국과 일본에 전파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류처럼 전폭적으로 세계인을 열광시킨 적은 없었다.

한류가 가져다 준 가장 큰 효과는 무엇인가.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꾼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는 조그만 동방의 나라, 분단된 나라라는 인식이 주를 이뤘다. 요즈음은 단기간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국가로 기억되고 있다. 문화적인 측면에 대한 이미지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K팝과 드라마가 한류를 주도하면서 한국 문화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식, 한복이 그렇고 한글을 세계 공통 문자로 쓰자는 제안까지 나올 정도다.

김치, 비빔밥ㆍ갈비찜ㆍ삼계탕 등은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될 만큼 한류의 중심에 섰다. 드라마에서 선보인 멋스러운 한복 패션이 주목을 받는다. 미국의 유명 배우들이 한국 디자이너의 파티복을 입고 공식석상에 서는 일이 많아졌다. 베트남에선 한복을 입고 결혼사진을 찍는 유행도 생겼다고 한다.

특히 한글을 이용한 고급 의상들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톱디자이너 이렌은 ‘한글은 현대적이면서도 기하학적 조형미를 갖추고 있어 세계 디자인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무대에서 고운 한복을 선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미래의 한류를 이끌 청소년들, 그들은 해가림도 없는 노천무대에서 햇볕을 받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노래하고 춤추고 연주를 하고 있다. 이들이 마음껏 끼를 발휘할 수 있는 전천후 시설이 없다.

이에 대한 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들이 세계로 뻗어 나갈 힘을 기를 수 있을 게 아닌가.

건전한 청소년 문화가 청소년들의 비행을 막는 요체가 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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