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배달 십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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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前 제주문인협회장. 수필가.
‘제프리J. 폭스’가 쓴 ‘왜 부자들은 모두 신문배달을 했을까’는 평범이 곧 비범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춥고 어두운 골목에서 배운 진짜 비즈니스’를 표방하고 있는 이 책에는 여러 사람들이 나열돼 있다.

워렌 버핏, 톰 크루즈, 월트 디즈니, 토마스 에디슨, 잭 월치, 드와이드 D. 아이젠하워…. 정치인, 연예인, 기업가, 운동선수, 대통령, 학자들.

이들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 신문배달을 한 경험이 있다는 것.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억만장자 400명을 조사한 결과, 첫 직업은 신문배달이 가장 많았다는 것인데, 이 사실이 폭스가 책을 쓰게 된 계기라니 놀랍다.

13세 소년 ‘레인’이 신문배달을 시작하면서 올해의 루키로 선정되고 진정한 사업가로 변모하게 되는 과정을 쉽고 재미있게 담아냈다.

발상이 유별나다. 비즈니스 성공의 법칙을 한마디로 말하면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 ‘이른 새벽 추운 골목’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거대 기업이나 조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신문배달. 그 작고 하잘것 없는 비즈니스의 모델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바로 가장 소소한, 그러나 가장 먼저가 돼야 할 기본이 되는 원칙들은 아니었는지 점검해 보게 한다.

책 속에서 레인의 아버지가 한 말이 금언보다 더한 울림으로 온다.

“일어나서 가야 한다. 가기만 하면 반은 이기는 거야. 가지 않으면 지는 거다.”

레인은 말한다.

“저는 신문배달을 통해 비즈니스를 배웠습니다. 신문배달은 사업체를 경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신문배달원은 세일즈맨이며 마케터이며 기업가입니다. 모든 직업, 모든 일에는 경영의 비법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죠.”

행간에서 경영의 비법을 꿰찬 목소리가 울려 나온다. “고객들은 모두 레인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신문이 제때 온전하게 배달되느냐는 것뿐이다.”

엄격히 말해 신문배달원을 좋아하는 것과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같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작든 크든 직업 혹은 경영의 세계는 그만큼 냉혹한 것임을 한마디로 함축한 말이다.

책에 실린 ‘신문배달 십계명’을 보면 긴장하게 된다.

▲배달은 빼먹지 말라 ▲늦게 배달하지 말라 ▲아프지 말라 ▲휴가를 가지 말라 ▲캠프도 가지 말라 ▲젖고 찢어진 신문을 배달하지 말라 ▲자전거를 고장 내지 말라 ▲길을 잃어버리지 말라 ▲피곤해 하지 말라 ▲변명하지 말라.

하나에서 열까지 ‘~말라’뿐이다. 더욱이 휴가도 캠프도 가지 말라는 것인데, 아플 자유도 피곤해 할 엄두도 내지 말아야 할 판이다. 비 날씨일 때는 으레 신문이 비닐봉지에 싸여 오는 게 예사로운 일이 아님을 이제 알겠다.

신문배달원은 일찍 일어난다. 아침 4시만 되면 대문 앞이 오토바이 소리로 휘청한다. 베갯맡에서 비몽사몽이던 사람을 깨워놓고 줄행랑친다.

몸이 자신에게 말한다. “잠만 자다 말려나? 어서 일어나 어제의 일을 이어가라.” 지시가 의외로 단호하다.

나이 드는 형편에 몸이 하라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는 게 미덕인 걸 어렴풋이 알아차리게 되는 이즈음이다.

신문배달 십계명. 사소한 게 아닌, 거의 완벽함을 요구하는 것들이다. 어느 하나 소홀하거나 대충해서 될 게 아니다. 반드시 실천이 따라야 하니, 자기 규제요, 자신에 대한 검속(檢束)이 아닌가.

미래를 설계하는 젊은이들에게 묻고 싶다.

“직업인, 전문가, 프로, 달인을 꿈꾸는 그대들은 ‘신문배달 십계명’ 중 지금 과연 몇 개를 지키고 있는가.”

옛날 ‘아이~스 케키’하고 길거리를 돌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처음엔 그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한다. 그 다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들은 풍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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