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새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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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前 중등교장. 시인
     
     
“늦깎이가 어떤 사람인 줄 아람시냐(알고 있나)?”

소주자리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지긋한 벗들끼리이니, 질문처럼 답변도 무게가 없어서도 좋을 법하다.

‘늦게 돈을 번 사람이 더 깍쟁이다, 늦게 배운 술이 부대(負袋)다, 늦게 깎은 머리가 바람피운다’ 등 그 술자리 분위기처럼 마치 정답을 알면서도 일부러 피하며, 화려한 오답 경쟁을 벌이는 것 같았다.

사전적 의미로는 ‘나이가 많이 들어서 승려가 된 사람’이다. ‘늦은 나이에 사리를 깨치는 일이나 사람’을 들어 나온 말이기도 하다. 본디로는, ‘스님이 되려고 늦은 나이에 머리를 깎은 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늦깎이로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우둔한 일일까? 성공률이 낮을 테니 아예 시도(試圖)조차 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일까? 한 우물만 파듯이 평생을 한 곬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일까?

활어회(膾)이든 구운 고기(炙)이든 안주감으로는 다 좋다. 그와 똑 같이 회자(膾炙)되는 것이 지방선거 후보들이다.

도마에 올려놓은 듯이 말들이 무성하지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든 상관없이,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아닐 텐가.

중국 위(魏)나라 출신 장의(張儀)는 아무런 정치적 배경도 없이 밑바닥에서 치고 올라와, 위나라의 재상까지 됐다. 그는 ‘내 혀가 잘리지 않고 아직 붙어 있는가’라며, 자신의 유세술(遊說術)을 믿고 펼쳐나갔던 것이다. 그는 ‘혀만 있으면 인생역전도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사실, 혀(舌)는 입(口)에 붙어서 천(千)가지 일을 하는 것이어서, 안일(安逸)하게 소주맛이나 보고 안주로 회자나 집어먹는 그런 사람들의 표를 어느 순간에 낚아채간다.

진(晉)나라의 중이(重耳)는 19년 망명생활 후 예순두 살에 왕위에 올랐다. 공자(孔子)가 노(魯)나라에 등용된 것은 쉰이 넘어서였고, 한무제(漢武帝)를 보좌한 숭상이었던 공손홍(孔孫弘)이 돼지를 길러 생계를 유지하다 조정에 출사한 것은 예순이 됐을 때였다. 나이 들어서야 정치의 뜻을 펼쳤던 사람은 무수히 많다.

다만, 누가 뽑혔느냐는 것은 표심(票心)들의 탓에 있다.

어느 나이에서부터 늦깎이로 가름할까.

퇴임의 나이도 직종마다 다르고, 평균수명도 늘어나고 있다 한다. 퇴임이 없는 평생직업도 있으니, 퇴임을 가름선으로 삼을 수도 없다. 다만, 평생 생업으로 해오던 일을 그만 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에는 그 의욕이 봄풀처럼 푸를 것이다.

그것이면 새로운 인생동인(Momentum)이 되지 않을 것인가.

나이가 제법 들어서야 골프, 테니스 등을 건강을 위한 취미로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 젊어서 익히는 것 보다 훨씬 더디다. 그러나 걱정 할 일이 전혀 없다. 그 일은 생계와 관련이 없는 것이다.

프로선수들의 화려함 속에는 얼마나 간(肝)을 에는 스트레스가 있을 것인가.

다만, 그것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동료들보다 더 잘하려고, 앞장서려고 애쓸 때, 그것은 이미 취미의 범주 밖으로 가고 있는 것이고, 건강에 외려 해가 될 것이다.

필자는 망칠(望七)에 시집을 내었다.

그로써 독자와 일각이나마 공유됨은 일각의 기쁨이었다. 금년 봄에야 붓을 들고 획 긋기를 시작했다.

“운필(運筆)은 시간을 모자라게 한다.” 어느 선배가 지나가는 말처럼 던져줬다. 붓을 들고 있으면 하루해가 지는지도 모른다는 말인지, 늦깎이로서 붓을 잡기는 여생(餘生)이 길지 않다는 말인지 굳이 가름짓고 싶지 않다.

학생시절 취미 활동이 생업으로 이어지고, 그에 비롯돼 늦깎이 이후에도 사회적 활동을 하며, 또한 그렇게 살아온 것을 업적으로 내세우는 이들이 있다. 그것은 축복 받은 것이어서, 겸손으로 감사해야할 것이다. 내세우려 할 땐, 오만(傲慢)으로 분광(Prism)되어 비친다.

‘늦어도 아니하는 것 보다 낫다.’(Being late is better than doing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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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보름 2014-01-28 10:53:57
Being late is better than doing nothing. 노력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