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치료 미루다가 불임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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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산부인과 전문의>

질에는 입속과 같이 많은 종류의 균들이 사는데 이들을 정상균총이라고 하며 호르몬 상태의 변화와 잡균의 감염, 생리혈 등에 의해 이들의 분포가 변한다. 질 내 정상균총이 건강하면 잡균들이 질 안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자궁경부에서 흐르는 끈적끈적한 분비물에 의해 자궁으로 침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골반까지 들어가 염증을 일으킬 수 없다. 그러나 20세 이전, 즉 정상균총이 자리 잡기 전에 성생활을 할 경우 쉽게 침투가 가능하고, 마찬가지로 잦은 성교나 여러 파트너를 만날 경우 침투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부분 세균으로 인한 질염의 결과 냉대하증이 일어나는데 치료가 불충분하거나 미뤄질 경우 이 균들이 자궁 내막을 거쳐 나팔관에 감염을 일으키고 결국 골반에까지 침투해 골반염을 일으킨다. 클라미디마균과 임질균, 트라코마티스, 마이코플라스마균 등이 주된 원인균이다. 이밖에 대장균과 같은 장내세균과 혐기성 박테리아, 연쇄상 구균 포도상구균과 같은 화농성 세균, 매독균 등도 원인이 된다. 간혹 결핵처럼 혈관을 통해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균들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불결한 성생활에 의해서만 전염되는 것은 아니다. 유산과 분만, 생리를 했을 때 나오는 자궁과 질 분비물이 완전히 배출되지 않고 남아 있을 경우 세균이 침투해 생길 수 있다. 또 요도 감염이나 임질에 걸렸던 여성일수록 발병률이 증가하고, 여러 남자와의 성교나 자궁 내 피임장치, 어린 나이 등도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대다수의 여성들이 자주 씻으면 이 같은 세균 침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질 분비물이 많이 나올 때는 하루에 한 번씩 질 세정제로 씻어주는 것이 예방책이 될 수 있으나 너무 자주 세척할 경우 질 내부가 알칼리화 돼 외부 세균의 침입을 막아주는 질 내 정상균인 유산 간균까지 죽여 오히려 증상을 심화시킨다.

 

하복부 통증과 나팔관 부위의 통증 또는 자궁 경부(입구)를 자극 시 통증이 있고 균 검사에서 비정상 균이 많이 관찰되거나 체온이 38도 이상 오르는 열이 나고 혈액 검사에서 염증 소견이 있으면 골반염으로 진단이 내려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어떤 경우는 우측 상복부까지 진행돼 간주위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하복부 통증이 있다고 모두 골반염 때문인 것은 아니다.

 

골반염으로 진행된 경우 치료방법은 2가지 이상의 항생제 주사나 먹는 항생제로 1주일 내지 2주가량 치료해야 하며 항생제는 균 배양 검사로 밝혀진 원인균에 가장 효과적인 것을 선택하되 내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두 가지 이상을 쓴다.

 

2~3일 내에 증상이 개선되고 상태가 호전되지만 약물 치료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고 골반염이 계속될 경우에는 난관이나 난소 자궁 전체가 심한 염증으로 유착이 있거나 치료가 잘 안 되는 농양이 생성된 경우여서 수술로 제거하게 된다. 농양의 경우 농양 제거술이 필요하고 심할 경우에는 자궁을 수술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미혼 여성의 경우 주위에 알려질까 두려워 치료를 미루거나 조금 좋아지면 그만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나팔관 유착이 많고 결국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골반염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후유증이 생기게 되므로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5mm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이 우선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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