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의 시한폭탄’ 복부 대동맥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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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일반외과 전문의>

인체 내 여러 장기는 각자의 위치에서 적당한 크기를 가진 채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어느 하나라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모양 또는 부피가 달라진다면 몸에 이상이 왔다는 신호다.

 

복부 대동맥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부터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수가 있다. 곧 가라않겠지 생각한다면 아주 위험하다. 얇아진 혈관이 터져버리면 병원으로 실려 오기도 전에 목숨을 잃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 질환이 복부 대동맥류다.

 

대동맥은 인체에 있는 가장 큰 혈관으로 크게 복부 대동맥과 흉부 대동맥으로 나뉜다. 아무런 이상이 없는 대동맥의 지름은 2㎝남짓이다. 어떤 이유로 인해 정상보다 1.5배 이상 커지면 대동맥류로 진단을 내린다. 대개 75%는 복부 대동맥, 25%는 흉부 대동맥에서 발생한다.

 

복부 대동맥은 심장에 직접 연결돼 간과 위, 소장, 대장 등 복부 장기와 양쪽 다리로 혈액을 공급하는 일을 한다. 복부 대동맥류는 혈관이 찢어지기 전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에 더욱 두려운 질환이다.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복부대동맥이 파열되면 절반가량이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유력한 유발요인은 흡연으로 담배를 피울 때 인체에 들어온 유해물질이 혈관 내막을 얇게 만들어 혈압을 견디지 못한 혈관이 터지게 된다. 고혈압 환자도 이 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변비나 만성기침처럼 복압을 상승시키는 요인들도 복부 대동맥류와 관련이 있다. 나이도 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몸속의 혈관은 60세를 전후해 탄력이 크게 떨어진다. 복부 대동맥류가 노년층에 주로 생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복부 대동맥은 80%정도가 다른 질환으로 검사를 받다가 발견된다. 특히 증상을 내세우기는 힘들지만 일상생활 중 배꼽 주위에서 맥박이 만져지는 혹이 있거나, 계속해서 복부에 불편함이 느껴지는 경우, 드물게는 명치 주위에 찢어지는 것 같은 아픔이 오는 경우라면 이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복부 대동맥류는 우선 혈관이 터지지 않도록 예방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름이 5㎝ 이상 이거나 1년에 0.5㎝ 이상 복부 대동맥이 커지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만약 상태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대퇴동맥을 통해 혈관 내에 스텐트그라프트를 삽입하는 방법과 개복을 한 뒤 인공혈관을 넣는 시술법이 주로 시행된다.

 

나이가 많아 혈관의 탄력이 많이 떨어진 환자라면 스텐트그라프트 삽입이 효과적이다. 시술 시간이 2~3시간 정도로 짧고 통증과 합병증이 적다. 반면 6개월에 한 번씩 복부 CT를 이용해 추적검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개복 수술은 계속해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고 장기적인 결과가 양호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젊은 층이 선호한다. 그러나 개복 수술을 위해서는 대동맥의 혈액 흐름을 차단하는 작업을 감수해야 하는 까닭에 스텐트그라프트 삽입술에 비해 위험도가 높다.

 

자각 증상을 느끼기 힘든 복부 대동맥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이 최선이다. 손으로 배꼽 부위를 눌러 이상 여부를 살피는 자가진단법도 있지만 100% 신뢰하기 힘들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받을 때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면 큰 도움이 된다.

 

되도록 금연을 하고, 동맥경화증이나 고지혈증이 있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특히 50세 이상 고혈압 등을 앓아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은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상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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