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렀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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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는 초대 주월남 한국사령관 겸 맹호부대장이었던 채명신 장군(예비역 육군 중장)의 영결식이 열렸다.

베트남전쟁 영웅인 그는 3성 장군 출신으로 26.4㎡(8평)에 봉분을 쌓고 큰 비석도 세울 수 있는 장군묘역이 아니라 3.3㎡(1평)짜리 사병묘역에 묻혔다.

전쟁터에서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전우들 곁에 묻히고 싶다는 그의 유언에 따른 것이다.

▲채 장군이 국민들로부터 남다른 존경을 받을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일화.

그는 비록 5·16에 참여했지만 1972년 유신헌법을 추진하던 박정희 대통령에게 “정권을 연장하시겠다는 건 결국 이중플레이 아닙니까. 정치라는 건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이게 지도자의 생명인데 그렇게 나가시면 스스로 생명을 끊는 것 아닙니까”라며 강력 반대했다고 한다.

끝내 소신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대장 진급에서 탈락, 예편을 하게 되지만 그의 정신은 정치군인들로 얼룩져온 역사에 귀감이 되고 있다.

▲채 장군의 영결식 다음 날인 29일 오후 7시 서울용산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재경 서고인 정기총회 및 송년의 밤 행사장.

한동주 서귀포시장은 이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면서 내년 선거에서 우근민 지사가 당선되면 자신이 서귀포시장을 더 하기로 내면적인 거래를 했다며 우 지사의 지지를 유도하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다.

비록 동문회 행사 자리였다고는 하나 서귀포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현직 시장이 스스럼없이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공무원의 선거 중립은 고사하고 선거에서 도와주면 특정학교 출신들을 끌어올리겠다며 편 가르기까지 했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한 시장의 발언으로 제주 사회가 들끓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물다간 자리도 아름답다’는 말이 떠오른다.

화장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강직하고 곧은 성품으로 신의를 지키다 사랑하는 전우들 곁에 묻힌 채명신 장군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지방선거가 앞으로 6개월 남았다.

제주 공직자들이 한 시장의 발언 파문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더 이상 줄서기를 하지 않고 머물렀던 자리가 아름답게 공직생활을 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승종 편집국장   kimsj@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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