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마을 뜨는 동네 - (3)북제주군 애월읍 유수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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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간 벽지 마을 '정보의 바다' 항해 중

지난 7일 오후 7시, 해발 250m 고지에 위치한 북제주군 애월읍 유수암리(이장 문안휴) 마을회관에서는 동장군(冬將軍)을 몰아낼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차갑고 매서운 북풍을 잠재우는 열기는 다름 아닌 마을 주민들의 ‘정보화 열기’다.

제주시에서 남서쪽으로 18㎞ 떨어진 중산간 벽지 마을인 유수암리가 지난해 10월 제주도로부터 정보화 시범마을로 선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90가구 800여 명이 감귤과 채소를 재배하며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지난해 마을 홈페이지(jejuzoa.com/yusuam)를 구축했으며 PC활용인구 200여 명에 초고속 인터넷 가입 가구도 90여 호에 이른다.

더구나 대다수 주민들이 50~60대임을 고려하면 정보화 시범마을로 선정된 것은 이변이라 할 수 있지만 주민들의 정보화에 대한 관심은 다른 마을을 앞지르고도 남는다.

1999년 나이 지긋한 마을 노인들의 정보화에 대한 열의가 청.장년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몇몇 청.장년들은 짬을 내 가가호호 방문하며 ‘컴맹’ 탈출을 돕는 안내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후 마을에서는 주민 정보화 교육을 위해 단체로 접수해 본격적인 컴퓨터 강좌를 개설했다.

그러나 컴퓨터를 가르칠 만한 공간이 없어 마을 주민들은 하귀리로 원정을 가서 교육을 받아야 했고 뜻있는 이들은 차량을 운행, 주민들을 수송했다.

2001년 10월 15일 주민들의 꿈이 이뤄졌다. 정보화 시범마을로 선정됨에 따라 마을회관 회의실에 펜티엄급 최신형 컴퓨터 10대와 초고속 인터넷망을 갖춘 정보화센터가 들어서게 된 것.

그리고 이날 마을정보화센터에서는 노인 10여 명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다.

강능수 할아버지(66)는 “이 나이에 컴퓨터를 다룰 줄 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한 후 “하면 할수록 점점 재미가 붙는다”며 웃어 보였다.

마을정보화위원장이자 강사인 이영섭씨는 이날 전자우편(이메일)과 개인 이메일 주소 만드는 법을 설명하느라 목소리에 힘을 주었고 보조강사로 나선 고화선씨(여)와 강정순씨(여)는 분주히 돌아다니며 개별 지도를 했다.

강창휴 할아버지(68)는 “수십 번 배운 것도 가끔 잊어버려 손자에게 물어 보기도 하면서 어려운 것을 한수 배우고 있다”며 “종일 컴퓨터를 끼고 사는 손자에게 배우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위원장은 강의 도중 “컴퓨터를 배울 때는 반복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며 “반복을 통해 익숙해지면 더 높은 단계도 어렵지 않게 정복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또한 “틀리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무작정 해보는 것이 빨리 터득할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후병 할아버지(64)는 “손자놈의 컴퓨터를 망가뜨릴까봐 컴퓨터를 맘대로 조작하지 못하고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컴퓨터보다 손자를 아끼는 마음을 내비쳤다.

문안휴 이장은 “앞으로 유수암리의 특산품인 참두릅과 포도를 택배를 통해 전국에 판매할 수 있는 사이트 구축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이장은 또한 “정보화 시범마을보다 한 단계 향상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농산물 판매, 민박 안내, 제주경마공원과 항몽유적지를 연계한 포털사이트를 만들어 마을 주민 모두 정보화로 무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선 초기 명종 때 한 토호가 가솔과 노비를 이끌고 사람들을 모아 생업의 터전을 마련해 정주하기 시작한 이래 현재도 무환자나무 및 팽나무 군락지(제주도기념물 6호)가 우거져 원시림의 때묻지 않은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유수암리.

21세기를 맞아 유수암리는 중산간 벽지 마을에서 정보화의 첨병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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