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 제주의 대표적 학자였던 이한우(李漢雨)가 제주의 대표적 경관 열 곳을 선정해 시와 함께 이름을 붙였다.
영주십경은 배열순위도 철학적이다.
▲우선 ‘성산일출(城山日出-성산 해돋이)’에 ‘사봉낙조(紗峯落照-사라봉 저녁 노을)’를 연결시켜 제주섬의 하루를 말했다.
다음에는 ‘영구춘화(瀛邱春花-영구의 봄꽃)’, ‘정방하폭(正房夏瀑-정방폭포의 여름)’, ‘귤림추색(橘林秋色-귤림의 가을 빛)’, ‘녹담만설(鹿潭晩雪-백록담 늦겨울 눈)’로 한 해를 소개했다.
이어서는 세월 속에서도 변함 없는 ‘영실기암(靈室奇巖-영실의 기이한 바위)’과 영원을 추구하는 ‘산방굴사(山房窟寺-산방산의 절)’를 배치했다.
다시 인간의 삶으로 돌아와 ‘산포조어(山浦釣魚-산지포구의 고기잡이)’와 ‘고수목마(古藪牧馬-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말)로 끝을 맺는다.
이후 이한우는 ‘서진노성(西鎭老星-서귀진성에서 바라본 경치)’에 ‘용연야범(龍淵夜帆-용연의 밤 뱃놀이)’을 더해 ‘영주십이경’이라 일컬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가 고품격 7대 제주명품을 뽑는다며 ‘7대 제주비경’ 선정에 나서고 있다.
제주비경 52개소 중 28개소를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사진 전시 등 이벤트를 통해 수도권 잠재관광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는 내년 1월 말 발표될 예정이다.
이 이벤트는 누가 봐도 세계 7대 자연경관을 흉내 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수도권 시민들이 단순히 사진으로 본 28곳의 경관을 가지고 7대 비경을 선정하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옛 선조들도 제주의 아름다움에 반해 ‘영주십경’, ‘영주십이경’을 선정해 온 판에 스스로 7경으로 줄이는 겸손(?)에 찬사라도 보내야 할까.
▲디지털제주시문화대전에서 영주십경을 찾으면 첫머리에 나오는 글이 떠오른다.
“제주에서 최고의 경승지가 어디냐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그만큼 제주는 섬 전체가 빼어난 경승지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도 설명하고 있다.
비경은 단순히 경관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제주인의 삶과 정신이 함께 어우러질 때 더욱 빛이 나는 것이다.
김승종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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