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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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세화고등학교장 / 수필가
몇 년 전 SBS에서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이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다. 이것은 하루 20분 밥상에서 이루어지는 자녀와의 대화가 아이의 두뇌 발달과 학습 능력 향상은 물론 부모와 자식 간의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의 핵심은 부모가 자녀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인정해 주는 대화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밥상머리 교육은 가정교육의 주춧돌일 뿐만 아니라 점점 이기주의에 빠지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주는 인성교육의 지렛대라 아니 할 수 없다.

작년 6월 고등과학원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그로스(David Gross,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유대인이 우수한 이유는 유전자가 아니라 저녁 밥상머리에서 부모가 자녀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대화교육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로스 교수는 어린 시절 매일 저녁을 먹으면서 다양한 주제를 놓고 경제학 박사였던 부친과 형제들이 함께 대화를 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질문을 하면 아들들은 서로 답변하고 토론을 하는 밥상머리 교육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노벨상 수상자의 30%를 배출한 유대인들은 자녀교육에 있어 밥상에서 전통을 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대화교육을 중요시 했다. 특히, 유대인 부모들은 밥상머리에서 가족과 나누는 대화를 매우 소중하게 여겨 자녀에게 ‘틀렸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과거 우리나라 사대부 집안에서도 자녀들에게 식시오관(食時五觀)이란 밥상머리 교육을 하였다. 식시오관이란 1)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 2)나는 이 음식을 먹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 3)입의 즐거움과 배의 만족에만 치우치지 말라, 4)한 수저의 밥과 나물도 좋은 약으로 생각하며 감사하라, 5)네 이웃을 생각하라이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도 식사할 때마다 자녀들에게 생각거리를 통해 먹을거리의 중요성과 함께 대화의 장을 마련했던 것이다. 이것 또한 밥상머리 교육과 대화교육을 통합한 살아있는 가정교육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현실은 맞벌이 부부 증가, 가족들의 각기 다른 생활 패턴,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 등 아침밥은 커녕 저녁도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밥상머리 교육을 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가정은 자녀들의 기본적인 인성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고, 그 가정에서 인성교육의 출발이 바로 밥상머리 교육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함께 식사하는 ‘가족사랑의 날’ 실천이라든지, 주말을 이용한 ‘향토음식체험 가족의 날’ 등 다양한 가족 간 유대감을 키우면서 격려, 칭찬하고 웃음꽃을 피우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가져야 한다. 가정에서 자녀들이 식사를 하며 부모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사회성, 인내심, 규범의식,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이 자연스럽게 길러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밥상머리 교육은 자녀들이 부모의 인품을 머금은 심성 함양과 함께 학력 향상까지, 즉 올곧은 성장이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밥상머리 교육은 지금까지 소홀히 했던 가족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첫걸음이고, 대화를 통한 가정교육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밥상머리 교육은 가정교육이고, 가정교육은 자녀교육이며, 자녀교육은 대화교육이고, 대화교육은 사랑교육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밥상머리 교육은 부모가 자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공간이고, 사랑과 인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제주에서도 우리 선조들의 밥상머리 교육을 되살려 유대인의 부모들처럼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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