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이고 공정한 심사는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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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준. 前 제주문인협회장 / 희곡작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2014년도 문화예술지원사업 1차 공모가 마감됐다. 심사를 통해 일반예술활동지원, 찾아가는 문화활동지원사업 등 6개 분야에 총 9억 4000만 원이 지원된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예전엔 심사결과 후 후유증이 있었다. 지원자 수는 많고 예산은 한정돼 선정되지 못한 사람은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주에 있는 예술가들은 함부로 심사위원 맡기를 꺼려한다. 한 집 건너면 선후배고 사돈 간이고 어느 단체 건 소속될 수밖에 없는 제주만의 특수성으로 심사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때로 수모를 당하기 때문이다.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서 제출된 작품에 이름을 밝히지 않고 순수하게 작품성만을 놓고 심사를 하였는데, 여기에도 생각지 못한 의외성이 나타났다. 작품성만을 가지고 심사를 하지만 심사위원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자신의 시각에서 판단하기 때문 기존의 풍조를 거부하고 새로운 경향에 따라 실험적이고 개혁적인 작품을 쓰는 젊은 작가들은 높은 점수를 받고 고전의 작풍을 고수하는 중견 원로들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기십 년 작품을 발표한 원로 중견 작가들이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것이다. 원칙대로 지원 대상을 발표했더니, 누가 감히 내 작품을 심사했느냐 항의 방문하고 인터넷에 심사위원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난리를 쳤다. 중견 원로의 작품이라고 항상 명작이 되는 건 아닌 데도 말이다.

그런데 문제를 더욱 크게 야기 시킨 건 주관 부서였다. 누가 봐도 수준 미달이고 경력이 일천한 노령의 작가 작품이 선정 되었는데, 알고 보니 이는 윗선의 청탁에 의해 특정 신청자를 밀어주라는 오더가 있어서 실무자가 몇 사람의 명단을 슬며시 끼어 넣었기 때문에 공정성 문제가 더 불거졌다.

중앙에서 심사위원을 위촉한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지역 분위기와 특수성을 무시한 채 독선적인 잣대를 가져다 댐으로써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전통적인 사업이 지원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것도 자신의 소속이 아닌 상대 단체의 사업이었다. 이래서 심사위원의 경향성의 문제도 생긴다. 보수 또는 진보적 성향의 심사위원에 따라 평가 결과에 큰 차이가 난다.

이제는 지원도 세분화되고 심사도 많이 투명해지기도 했지만 아직도 보완되어야 할 부분은 많다.

첫째, 원로 예술가는 우대해야 한다. 그분들을 심사한다는 자체가 넌센스다. 분명 현대 예술의 흐름에서 보면 진부하고 고루한 작품이지만 그래도 원로들의 작품은 그대로 하나의 예술사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심사위원의 위촉 선정이 공정해야 한다. 지역과 성별, 소속과 장르를 안배한다는 미명 아래 지원 신청한 단체의 부회장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한다거나, 일부 소속 단체의 사람을 불합리하게 많이 위촉하는 것도 심사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셋쩨, 단체의 업적과 규모에 따라 차등 지원해야 한다. 현행 제도로는 3년 이상 활동한 법인단체면 2건 이상 동등한 지원을 받게 되어 있는데, 어찌 회원이 10명인 단체와 100명인 단체가 동등하게 지원될 수 있는가? 합리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르 간의 형평성 문제다. 예년의 경우, 공연 장르에 비해 문학, 시각장르의 지원액이 매우 작다. 그래서 예술의 기초분야인 문학을 홀대 한다는 소리가 매년 들리고 있다.

어떤 심사도 신청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객관적인 기준 아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심사가 최선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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