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道체육회 새판짜기 어설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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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 빠진 동그라미 이야기가 떠오른다. 미국의 작가 쉘 실버스타인의 작품 ‘어디로 갔나, 나의 한쪽은’에 수록된 내용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이 빠진 동그라미가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진리를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은유로 노래했다.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 가요로서 대중의 인기를 끌기도 한 이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한조각을 잃어버려 이가 빠진 동그라미, 슬픔에 찬 동그라미 잃어버린 조각 찾아~”

노래는 역설적인 교훈을 담고 있다. 숱한 고난속에 잃어버린 짝을 찾은 동그라미에게 돌아온 건 그토록 갈구했던 완전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부자유며, 불행이었다.

그래서 동그라미는 애써 찾은 조각을 살며시 내려놓고 다시 이가 빠진 채 길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화제를 돌리면 이 빠진 동그라미의 삶의 교훈적 메시지와는 전혀 다르게, 제도적으로 이가 빠진 어설픈 풍경이다.

특별자치도 출범과 더불어 얼마전 새판짜기를 한 도체육회의 모양새가 좀 그렇다.

이른바 ‘오라회 사건’으로 공석이 된 도체육회 사무처장의 사무실은 지금 1년 7개월째 굳게 문이 닫혀있다. 새 출발을 다짐했으면 ‘빼진 이’를 채우고 새 진용을 갖췄어야 했다. 특별자치 시대, 변화의 기치를 높이 내걸었지만 정작 김빠진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바라보는 체육계 주변의 시각은 곱지 않다. 한마디로 “이건 아니잖아”다.

마땅한 인재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특정 인사를 위한 포석인 지 도대체 인사권자인 도체육회장(도지사)의 의중이 궁금하다며 볼멘소리다.

그렇지 않다면 현재의 공백상태로도 체육회가 그런대로 ‘잘 굴러가기’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일견 그렇게도 볼 수 있다. 대행체제로 별 탈없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라면 어떤 자리든 마찬가지다. 도에 부지사가 비었다 한들, 심지어 이 나라에 총리가 없다 한들 임시 대행체제로 운영되면 당장 도정이, 국정이 파탄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자기 모순이다. 도체육회 이사가 겸직토록 한 사무처장은 제주체육을 이끄는 충추적 기능이다.

현행 도체육회 규약에 따르면 사무처장은 회장의 명을 받아 사무처를 통할하고 직원을 지휘 감독하도록 그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어쩌면 부회장 중에서 필요에 따라 1인을 두도록 규정한 상임부회장보다 제도적으로 더 중요하다.

법적·제도적으론 그렇게 명시해놓고 현실에선 이를 외면한다면 아이러니다.

이같은 제도적 흠결은 조직운영의 시스템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당장 코앞에 닥친 전국체전에서 도선수단의 사령탑인 총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행체제다.

필자는 사무처장의 공석 기간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당장 오늘 내일 인선하라는 말도 아니다. 능력 자질 같은 것은 차제의 문제다.

무엇보다 도체육회 집행부가 새로 출발하는 의미였다면 진정 제모습을 갖췄어야 했다. 있는 자리조차 채우지 않은 습관적 무소신, ‘조용하고 편리한대로 가자’는 식의 안일한 인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중추 자리의 공백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시스템 부재현상을 우려하는 체육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빼진 이’을 채우고 시스템을 건전하게 복원하는 것이다.

특별자치 제주체육의 나아갈 길은 이 빠진 채 이리 저리 떼굴떼굴 가는 것이 아니다. 짜임새를 갖추고 미래로 향해 열린마음으로 진지하게 논의하며 착실하게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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