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제주교육 리모델링하는 간담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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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교육계는 추석을 앞두고 가슴이 설레이기 보다는 내려앉는 분위기다. 성매매, 학부모 폭행 등 불미스러운 일로 가족과 친지들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 안부를 묻고 담소하는 자리가 자칫 ‘가시방석’처럼 느낄 수있기 때문이다. 교육계의 수장인 교육감은 최근들어 도민과 교육가족들에게 사과 발언을 두 번씩이나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들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는 의사소통의 장이 진행되고 있다.

‘2007 제주교육발전을 위한 도민과의 간담회’가 그것이다. 도교육청이 내년도 교육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교육수요자인 학부모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기 위한 순회 간담회는 지난달 25일 서귀포학생문화원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27일 제남도서관(성산·표선·남원), 지난 2일 대정교체육관(대정·안덕)에 이어 4일 제주학생문화원(제주시 중심지역 및 추자), 9일 동녘도서관(조천·구좌·연평), 10일 한림교체육관(애월·한림·한경) 등의 일정이 잡혀있다. 학부모와 주민들로부터 제주교육에 바라는 의견을 듣고 교육감이 답변하는 간담회인 만큼 열기도 뜨겁다. 교육현안에 대한 많은 건의와 지적이 쏟아지고 있으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진지한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교육환경 개선과 관련해서는 냉·난방 시설 요구가 단연 으뜸이다. “여름이면 땀냄새로 교실이 진동하고 겨울이면 많은 학생들이 감기를 달고 산다”는 말로 한 학부모는 교실의 상황을 소개했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50만 2000여개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교실 가운데 냉·난방 시설이 완비된 교실은 30만 여개로 전체의 60.4%로 분석됐다.

제주도내 학교의 실상은 영 딴판이다. 도내 8370개 교실 가운데 냉·난방시설이 완비된 곳은 21.3%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열악하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잘 가르치고, 잘 배울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데서 출발하는 데 말이다.

사교육비 부담과 관련 학부모들의 바람에는 한숨이 서려 있다.

공교육 살리기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방과후 교육에 대해선 사교육과 비교해 경쟁력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데 머리를 짜줄 것을 건의했다. 사교육이 사실상 전담하고 있는 논술교육에 대해선 학교와 교육당국이 독서·논술교육을 강조하면서, 도서관 운영을 맡아줄 사서교사가 없는 학교 현장의 현실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또 오후 4시 전후로 문을 닫는 ‘열린도서관의 닫힌 운영’ 실태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교원인사와 관련해서는 보직교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교사가 초임에서 경력 7년차 이하인 모 여고의 사례를 들면서 상대적으로 일반계고교 근무를 기피하는 교육계의 풍토에 대해 “교육의 질은 바로 교사의 질에 달려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인문계고교의 문호 확대, 원어민교사 확대, 대안학교 설립, 병설유치원 종일반 전면 시행, 10분 독서운동 전개 등도 요구했다.

열악한 교육재정을 감안, 제주특별자치도 공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재정지원 특별조례 제정도 제안됐다.

문제는 도민간담회를 주최한 도교육청의 향후 의지이다.

냉·난방 시설은 도지사 선거 공약에도 포함된 만큼 제주특별도와 손을 맞잡고 추진할 수 있다. 인재육성은 교육당국과 제주도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 열린도서관 운영에는 학교장이 조금 신경을 쓰면 가능할 것이다. 인문계고교 문호 확대는 현재 중3교실이 입시과열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실업계고교의 학과 전환에만 머물지 말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도민간담회는 학부모들에게 제주교육의 처지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자리가 아니다.

말이 아닌 실천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2008년 1월 차기 교육감 선거를 위한 장기포석이 아니냐는 일부의 의혹어린 눈초리에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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