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한미FTA협상에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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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느닷없이 정부에서 한미 FTA협상을 들고 나왔으며, 서둘러 많은 진행이 이루어져 이번 달에는 제주에서 4차 협상을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언젠가는 많은 국가간 FTA협상을 통하여 수출을 확대해야 하는 당위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문제는 우선순위 국가의 선택, 시기와 방법인 것 같다. 정부가 한미 FTA협상을 서둘러 추진하게 된 배경이나, 그 동안의 협상내용에 대해서도 명확히 공개적으로 발표되지 않는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규모 반대시위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이 허공에 띄어 보낸 에너지를 무엇으로 보충할 수 있을까.

반대를 외치는 피해 집단은 분명한데, 새로운 성장동력의 마련과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찬성하는 쪽인 대기업에서는 입 다물고 있으며 정부밖에 드러나지 않는다. 자유경쟁을 통하여 거대한 힘을 가진 미국과의 통상에서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하기에는 아직은 힘겹다고 느끼는 일은 나만의 생각일까.

지난 몇 년간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느끼는 서민에게 필요한 일은 신뢰와 희망이다. 우선 정부가 추진하는 일에 국민들이 신뢰와 공감을 가지고 있으며, 좀 더 참고 버티면 잘 살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가에 달려있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이 서둘러 미국과 자유무역협상을 추진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은 한국이 먼저 협상타결과 진행되는 추이를 보고, 잘못된 점들을 차후 협상에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란다. 결국 우리를 시험무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만일 미국과의 이와 같은 중대한 협상결과가 언젠가 시험무대이었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면, 그 역사적인 책임은 누가 지는가. 여기에 정부는 국민에 대한 신뢰를 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협상타결로 감귤산업에 미치는 피해가 향후 10년간 2조원이 넘는다는 주장이 옳은지는 큰 문제가 아니다. 감귤산업뿐만 아니라 제주농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추론은 확실해 보인다. 도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반대서명을 받고, 민감품목으로 지정을 촉구하며 협상을 잘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은 지워지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잘 산다는 선진국은 모두 농업기반을 다져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나라이다. 대표적으로 독일, 프랑스, 이태리가 그렇다. 중국은 농산물의 자급이 가능하기에 경제발전에 따른 고도성장을 이루고 있다. 단지 우리와 비슷한 일본만이 높은 기술력으로 미국에 안보를 맡기고 성장하고 있다.

수출로 일어선 우리에게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하는 일을 중요하다. 그러나 농업기반을 무너뜨리고 일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지속적으로 국가를 건전하게 지탱할 수 있는 길은 그리 쉽지 않다.

입 다물고 있으면 조용한 세상인 것 같은데, 조용할 듯싶으면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여 어렵게 만드는 몇 년간의 상황이다. 자주를 내세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로 엄청난 국방예산을 세금으로 때워야 하는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도박천국으로 떠들썩한 뉴스에 한미 FTA가 잊히는 게 아닌지 불안하다. 만일 협상이 타결되면 농업기반을 잃은 농민을 살릴 대안을 있는지 궁금하다. 한미 FTA로 이익을 보는 집단에서 세금을 걷어 농민에서 일시적인 지원을 한다고 하여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싫은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은 조직은 이미 희망이 없는 상태이다. 선거로 선택을 받았다 하여, 모든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조직의 발전을 전제로 한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확실하지 않으면 급하게 서둘지 말고, 느긋하게 따져보는 일이 현명하다. 신뢰감을 줄 수 없다면 협상을 중단하더라도 잘못된 일이 아니다. 나만이 어떤 사명감을 타고 태어났기 때문에 밀어붙여야 한다는 독선은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하여 옳지 않다.

<고정삼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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