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무릎 연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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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림 정형외과 전문의

의사란 직업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상당 부분을 아픈 사람과 지내야 한다. 저자는 정형외과 의사라 대부분 관절, 특히 무릎이 아파서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 다쳐서 아프기도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아픈 경우도 많다. 다친 것이 아니라면 무릎 통증의 원인 중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 ‘나이’이다. 병원을 찾았을 때 퇴행성관절염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건 나이가 들었다는 말과 같다.

 

무릎관절은 허벅지뼈와 종아리뼈를 이어주는 관절로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관절이다. 허벅지 뼈의 가장 아랫부분은 둥글게 되어 있고 연골로 덮여있다. 종아리뼈의 가장 윗부분은 편평하고 반월상 연골이라는 물렁연골이 그 위에 붙어있다. 볼록하게 나온 뼈가 편평한 뼈 위에 있는 구조다보니 상당히 불안정하지만 무릎의 연골과 인대들이 안정되게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무릎, 어깨, 엉덩이 관절 등은 ‘윤활관절’이라고 한다. 윤활관절은 뼈와 뼈 사이 공간이 있고 그 속에 기름처럼 매끄러운 윤활액이 들어있으며 바깥쪽은 관절을 감싸는 관절낭이 있다. 공간이 있기 때문에 두 뼈를 단단하게 이어주지 못하면 움직일 때 마다 뼈가 쉽게 어긋나고 흔들릴 수 있다. 다행히 뼈와 뼈를 이어주는 관절낭은 매우 질겨 웬만한 충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관절낭 바깥쪽에는 질긴 인대가 감싸고 있고 그 위로 다시 근육들이 감싸고 있기 때문에 수없이 관절을 움직여도 뼈는 비교적 제 위치는 벗어나지 않고 보호될 수 있다. 이때 알아야할 것은 무릎에 두 가지 연골이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뼈연골(골연골 또는 관절연골)은 허벅지뼈 끝을 덮고 있다. 원래 약 3~4 mm정도 두께이고 표면이 매끄럽다. 무릎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뼈끼리 마찰되고 부딪치며 닳아서 조금씩 얇아지고, 충격흡수를 못하게 되므로 몸에 이상신호(불편함 또는 가끔 느끼는 통증)가 생기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수록 연골의 마모가 심해져 연골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고 작은 연골조각들이 관절 안을 떠다니기도 한다. 연골이 심하게 닳아 충격을 전혀 흡수하지 못하면 연골 아래에 있는 뼈가 비정상적으로 덧자라기도 하는데 이 모양이 가시 같은 모양이라 골극(骨棘)이라고 한다.

 

이 골극은 관절 주변의 인대나 근육을 자극해 무릎 통증을 심하게 만든다. 이때 염증이 관절주위에 생기고, 관절낭이 자극을 받아 윤활액을 많이 분비하게 되면 무릎에 물이 차게 되고 병원에서는 “아이구, 관절염이 심하시네요”라는 말을 하게 된다.

 

두 번째 반월상 연골(무릎 내 물렁연골)은 나이에 상관없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반월상 연골은 편평한 종아리뼈 위에 볼록한 허벅지 뼈가 미끄러지지 않고 올라가 안정될 수 있도록 잡아주며 관절 내 완충역할을 하는 중요한 구조물이다.

 

운동하다 무릎에 충격이 있었거나 힘든 육체적 근로를 하는 사람이 무릎이 아파 병원에 오면 반월상연골 문제인 경우가 많다. 반월상 연골이 손상되면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쪼그려 앉을 때 통증이 생기기도 하고, 걸어가다가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어딘가 걸린 듯 안 펴지기도 한다.

 

연골의 조기치료에 관심이 없는 의사라면 X-레이만 찍어도 만족할 수 있지만, 연골 치료를 많이 해본 의사라면 의욕적으로 환자에게 뭔가 잘 해주려고 MRI를 촬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의욕이 어쩔 때는 ‘괜히 비싼 검사를 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정형외과의사로서 속이 탈 때도 많다.

 

골연골의 퇴행성 변화가 오면 흔히 연골주사라 부르는 ‘히알루론산’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손상된 골연골은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조기에 발견된 경우는 자가 연골 이식술, 다발 천공술 등으로 치료하고, 늦게 발견된 경우는 자가 연골 배양 이식수술이나 줄기세포 치료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반월상 연골은 손상 부위와 손상 정도에 따라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다듬어(절제) 주거나 봉합해 주기도 하고 연골판 이식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골연골이나 반월상 연골이 모두 심하게 손상된 노인들의 경우 무릎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 못한다면 인공관절 치환술이 유일한 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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