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마비가 생기거나 손발이 저리면 중풍이라고 생각한다. 중풍은 수백 년 전부터 사용하던 용어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치매, 간질, 소아마비 등 여러 가지 질병을 한데 묶어 불렀던 명칭인 것 같다.
사실 뇌졸중과 안면 마비, 파킨슨병, 간질, 소아마비 및 척수질환 등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말초신경 질환은 모두 마비 및 감각 이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병의 위치가 전부 다르기 때문에 병력 청취와 함께 적절한 검사로 정확히 구분돼야 한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로 나타날 수 있고 갑자기 발생하는 몸 한쪽의 마비 및 감각 이상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 심각한 응급질환에 속한다.
안면 마비의 원인은 안면 신경에 바이러스 염증이 생기는 ‘벨마비’가 가장 흔하고, 외상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흔히 입이 돌아간다고 하며 어르신들은 와사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안면 마비는 저림과 같은 감각 이상은 동반되지 않고, 뇌경색으로 안면 마비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경학적 진찰을 통해 뇌 MRI 촬영이 필요한 지를 결정해야 한다.
파킨슨병은 수개월 이상에 걸쳐 서서히 악화되는 보행 장애나 기타 운동 장애 등을 특징으로 하는 질병이다. 파킨슨병이 서서히 진행될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다가 컨디션이 악화되면서 갑자기 안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종종 뇌졸중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박멸됐기 때문에 이로 인한 척수마비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척수에 병을 일으키는 질병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팔다리에 마비나 감각 이상이 발생했을 때는 척수 질환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하며 척수 MRI로 진단할 수 있다.
우리 몸에는 수백 가닥의 말초신경이 있다. 그 중에서도 오랜 시간 눌리거나 갑작스러운 외상에 의해 흔하게 손상을 입게 되는 신경들이 있다. 당뇨병이나 오랜 음주로 인해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이 발병하기도 하며 각각의 손상된 신경에 따라 마비되거나 저리는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신경전도 검사 및 근전도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유사한 마비나 감각 이상이라 하더라도 병의 위치와 원인이 다양하므로 정확한 진찰과 적절한 검사를 통해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