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를 지불하고 먹는 고추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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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 화학과 교수>

춘곤증을 느낄 때 청양고추는 식욕을 돋우는 음식으로 제격이다. 이것은 매운 맛과 함께 약간의 단맛을 품고 있어 자극을 즐기는 우리에게 더없이 좋은 식재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음식 맛을 선물하는 고추를 섭취할 때마다 외화가 흘러나간다. 즉, 우리가 청양고추를 먹는 만큼 로열티를 지불해야 된다.

 

몬산토(Monsanto)는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의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사갔던 세미니스(Seminis)를 2005년 인수해 청양고추 종자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청양고추 종자에 대한 로열티를 매년 몬산토에 지불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국내 토종 씨앗과 육종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국내 농가가 부담하는 로열티 액수도 급증했다.

 

몬산토는 현재 옥수수와 목화, 채소 등의 종자를 교배·배양·생산·판매하는 업종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 세계 유전자 변형 식품의 약 90%에 대해 특허권을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곡물 종자에 대한 특허도 다량 보유하고 있어 세계 곡물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고추(red pepper)의 매운 맛은 캡사이신(capsaicine)이라는 알칼로이드 화합물에 의한 것이며, 이것은 항암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성분은 발암 원인 물질들의 대사 활성화를 직접 억제함으로써 암을 예방한다.

 

고추는 열량이 낮은 데다 매운 맛의 주인공인 캡사이신이 기초 대사량을 증진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유익하다. 몸의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만들기 때문에 내장 지방의 효과적인 소비를 촉진시킨다. 그리고 고추에는 니아신(niacin)과 비타민C, 비타민E, 인, 칼륨, 칼슘 등이 함유돼 있다.

 

고추는 우리 생활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붉은 빛을 잡귀를 쫓는 색깔로 인식한 우리 선조들은 아이를 낳으면 숯과 함께 고추를 새끼줄에 꿰어 대문 위에 걸어놓았다. 또한 이것은 남자의 생식기와 비슷하게 생겨 아들의 출산을 표시하는 기능으로도 쓰였다.

 

장을 담글 때에는 독 속에 숯과 함께 고추를 집어넣어 독소를 제거했으며, 또한 숯과 고추를 새끼줄에 꿰고 독에 둘러쳐 장맛을 나쁘게 하는 잡귀를 막으려 했다.

 

고추는 더득과 궁합이 맞으며, 위액 분비를 촉진하고 단백질의 소화를 돕는다. 활명수 등 소화제에 캡사이신이 주성분이라는 것을 보면 고추의 약리효과가 꽤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청양고추에는 캡사이신이 다른 고추에 비해 월등히 많이 함유돼 있고, 미네랄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또 향기가 강하고 과피가 두꺼워 오래 저장해도 맛이 변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는 고춧가루 가공공장에서 고추 품종을 구별·취사·수매해 고춧가루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김치를 비롯한 음식의 질을 격상하는 방법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엄밀하게 품종을 선택·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씨앗은 그 나라의 뿌리이고, 한 나라의 정체성이며 근본이다. 앞으로는 우리 민족의 얼을 함부로 팔아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고유의 식재료 종자를 지키지 못하면 국민 건강이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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