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시적 상상력과 창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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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치러지고 있는 수많은 시험문제의 대부분은 객관식이다. “애완견 사료에 꽃씨를 첨가하면 어떻게 될까?”보다는 정확히 측정될 수 있고 애매한 부분이 전혀 없는 O X 문제, 빈칸 채우기, 사지선다형 문제, 짝 맞추기 문제를 더 많이 낸다. 이들 객관식 문제를 내는 것은 하나의 원인에 하나의 결과가 있다는 기계론적 인과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고 단 하나의 정답과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며 때때로 정답이 없는 경우도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한 해답이 하나만 존재한다는 생각은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낳는다. 세계지도를 그린다면 어떻게 그려야하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세계지도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이 마주보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널리 쓰이는 지도는 대서양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와 아메리카가 마주하고 있다. 고정관념은 상상력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다.

다이너마이트와 남성의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정반대다. 사람들은 다이너마이트의 원료인 니트로글리세린이 심장병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기초한 연구가 이루어져 결국 니트로글리세린에 있는 일산화질소가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제품이 비아그라이다.

내 마음과 호수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하지만 “내 마음은 호수이다!”라는 시적 표현에서 호수는 내 마음상태를 알려주는 지표로 바뀌게 된다. 비유는 사물이 공유하고 있는 유사성을 통해 두 상이한 의미의 세계를 연결한다. 비유는 문제의 다른 측면을 이해하는 데도 유용하다. 예를 들면 20세기 초에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 보어는 원자모델을 태양계에 비유함으로써 새 원자 모델을 개발했다. 이 구조에서 태양은 핵을, 행성은 전자를 나타낸다.

발명왕 에디슨의 창의력을 위한 수단은 놀랍게도 바로 시(詩)였다. 그는 실제로 시를 썼다. 그는 “발명가는 상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시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에디슨은 언제나 그의 발명들을 서로 연결시켜 생각했다. 축음기는 전신기의 비유적 복사판이었다. 영화는 축음기와 연결되어 있다. 영화에 관해서 에디슨은 “나는 축음기가 귀를 위해 하는 것을 눈에 위해서도 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하였다.

당신은 창조적인 사람입니까 아니면 창조적이지 않은 사람입니까? 이에 대한 대답 여부가 당신의 창조성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몇 년 전, 한 대규모 유류회사는 기술자들의 창조력 부족으로 문제를 겪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심리학자들을 초청했다. 학자들은 창조적인 사람과 덜 창조적인 사람간의 차이점을 찾아내려고 했다. 심리학자들은 기술자들의 교육 배경부터 성장과정과 좋아하는 색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조사했다. 3개월의 연구 끝에 다음과 같은 중대한 차이점을 발견했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스스로 창조적이라 생각하고, 창조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창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창조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창조력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을 회피하려 들고 다른 정답을 발견하려 들지 않는다. 또한 천재 같은 사람만이 창조력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이는 잘못된 오해다.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는 600편 이상의 곡을 작곡하였다. 피카소는 2만개가 넘는 그림을 그렸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근 10년간 다시 수학공부를 하였다. 창조적인 모든 사람들은 백조이다. 물 위에 고상하게 떠 있지만 밑으로는 쉴 새 없이 발길질을 하기 때문이다. 시적 상상력과 창조력은 행운이 아니라 열정에서 나온다.

<현정석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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