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어떤 택시기사들의 화해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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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각상쟁(蝸牛角相爭)의 사전적 의미는 달팽이 뿔 위에서의 다툼이고, 나타내는 뜻은 “ 아주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일로 싸우는 것”으로 사용 된다.

요즘처럼 경제난과 취업난 등의 어려운 상황으로 하루 살기가 어렵고 고통스러워 아주 사소한 일에도 지나치게 과도한 반응을 보여 상상 조차 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일들이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노형동에서 일어난 다세대 주택 폭발 사건 역시 30대 여성이 남편과 전화상으로 말다툼을 벌여 화가 난 김에 LP가스 호스 절단으로 20여명의 중경상과 재산피해를 낸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사건이었다.

며칠 전 부산에서는 40대가 70대 노인보고 시내버스에 빨리 타라며 타박하자 버스 안에서 말다툼을 벌여 노인이 실신하여 사망하기도 하였다.

조금만 이해하고 참으면 조용하게 해결되고 화해할 수 있는 일이건만 우리들은 가정, 직장 그리고 모임 등에서 서로의 좁은 견해 차이로 상대방을 헐뜯고 흉보고 무시하는 등의 언행으로 돌이킬 수 없는 사건 속으로 휘말리게 된다.

오늘 필자는 주유소 세차장에서 기사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면서 또 하나의 와우각상쟁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노파심을 내고 있었다.

그들도 처음에는 조용조용 애기하고 있어 말다툼이 아닌 잘 아는 사이의 담소인가 여겼다.

조금 있자 언성이 좀 높아져갔다.

평소 운전기사가 거칠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필자는 이들이 오늘 한판 붙는구나 하고 내심 걱정이 앞섰다. 말다툼 소리는 점점 높아가고 서로 자기만 잘했다는 식의 말이 계속 오갔다.

보아하니 새 차 기사는 제주사람이고 낡은 차 기사는 제주사람이 아닌 듯 했다.

새 차 기사의 언성이 점점 높아갔다. 낡은 차 기사가 제주도 분이 아니라서 새 차 기사가 텃새를 부리는 듯 했다.

필자는 심기가 불편하였다. 생각 같아선 새 차 기사더러 제주사람으로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한발 물러서 양보하라고 하고 싶었다.

다툼은 계속되었다. 낡은 차 기사도 마침내 참을 수가 없었던지, 더 이상 어떻게 하냐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의외로 새 차 기사는 애써 말을 참으며 차를 닦기 시작했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낡은 차 기사는 먼 산을 바라보면서 담배를 피우다가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렇게 끝나나 싶어 잠시 내 일을 보던 중에 다시 두 사람이 말하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 사이 낡은 차 기사는 자판기 커피를 뽑아 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그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새 차 기사도 이제는 차근차근히 말하고 있었다. 필자는 도저히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두 분 정말 대단 하십니다”라고 격려하면서 필자는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두 분 다 훌륭하지만 기사님이 더 그러 하신 것 같습니다.” 하면서 낡은 차 기사를 바라보았다.

“제가 잘 못했는걸요.”

아, 자기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하는 신사도, 그리고 이를 받아주고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가 좋았다. 또 하나의 와우각상쟁을 우려했던 건 정말 노파심이었나 보다. 하늘은 점점 높아져 가고 가을은 깊어 가는데, 우리 모두 화해의 마음으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오성보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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